본문 바로가기
신문칼럼

노인요양보험 도입, 국민적 합의 선행돼야

by changebuilder 2005. 5. 23.
   조선일보    

> 뉴스 > 사설ㆍ칼럼 > 독자의견
입력 : 2004.09.23 17:25 15'
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409/200409230241.html


[독자칼럼] 노인요양보험 도입, 국민적 합의 선행돼야
박상하 나주대 교수·사회복지학과

얼마 전 정부의 노인요양보장체계 시안이 완성되어 서울에 이어 부산, 광주에서 공청회를 마쳤지만 어딘지 미심쩍은 구석이 가시지 않는다. 제도의 명칭에서부터 재정운영 방식이나 요양판정 방법 등 다양한 목소리와 견해가 있었지만,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 형태의 국가 제도에 총론적으로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시적인 나무 하나하나에 너무 치우쳐 전체적인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나 않는지 걱정스럽다.

우선 사회보험이든, 민간보험이든 국민의 부담이 문제이다. 재정경제부는 2002년 말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2.7%이며, 각종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기여금을 감안한 국민부담률은 28.0%라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작년 조세부담률이 OECD국가 평균에 비해 15%나 높았고 국민부담률은 최고 17%나 무거웠다고 한다. 앞으로도 각종 연금이나 국민 복지를 위한 사회보장지출이 늘어나게 될 텐데, 결국 어떤 형태가 되든지 비용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게다가 국민들은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사회보험이나 제도에 대한 불신이 크다. 그 원인은 보험료 부과대상자에 대한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 있다. 아니 소득파악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해야 더 정확할지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사회보험료 징수 업무를 국세청으로 이관하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지만, 가장 먼저 진실해야 할 상대방은 정부다. 그런 다음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다.

노인요양보험의 또 다른 문제점은 시안으로 제시된 법체계가 독립된 법률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기존의 노인복지법을 그냥 두고 추진한다는 점이다.

물론 서비스 내용이나 업무영역을 기술적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나 이는 장기적으로 서비스 중복과 전달체계의 혼란은 물론, 비효율적인 관리체계를 양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각자의 독립된 법체계에 따른 부처 간 협조나 업무 영역 간 조정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무리다.

시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내용 중 건실한 민간사업자와 자본을 보험에 참여시키자는 것은 방향은 옳다. 하지만 일본의 경험에서 보듯, 도덕적인 문제와 운영의 비효율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진입과 퇴출 기준이 마련돼야 가능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새로운 떡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있는 떡을 어떻게 잘 소화시키며 건강에 유익하도록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Copyright (c) 2003 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chosun.com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