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 하 (나주대 교수/재가노인복지센터 소장)
얼마전 정부의 노인요양보장체계 시안이 완성되어 서울에 이어 부산 광주에서 공청회를 마쳤지만 어딘지 미심쩍은 구석이 가시지 않는다. 제도의 명칭에서부터 재정운영 방식이나 요양판정 방법 등 다양한 목소리와 견해가 있었다. 어찌됐든 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 형태의 국가적인 제도로 추진되는 것에 총론적으로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시적인 나무 하나하나에 너무 치우쳐 전체적인 숲을 못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사회보험이든 민간보험이든 국민의 부담이 문제이다. 지난 1997년 건강보험 통합을 하면서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대립과 문제점을 잊었는지 또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눈앞에 두고 사회보험료 거부운동이나 안티 국민연금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묻고싶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02년말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2.7%이며 각종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기여금을 감안한 국민부담률은 28.0%라고 발표한바 있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의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작년 조세부담률이 OECD국가 평균에 비해 15%나 높았고 국민부담률은 최고 17%나 무거웠다고 한다. 앞으로도 각종연금이나 국민의 복지를 위한 사회보장지출이 늘어나게 될텐데 결국 어떤 형태가 되든지 비용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언제부터인지 사회보험 통합의 목소리는 가라앉고 정치적인 논리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는 듯하다. 사실 한 국가의 사회보장체계는 크게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라는 틀속에서 통합되고 조정되어야 합리적인 재정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정작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노인요양보험을 만들면 약간의 비용부담이 추가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사회보험이나 제도에 대한 불신이며 그 원인은 보험료 부과대상자에 대한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되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 있다. 아니 소득파악을 제대로 안하고 있다고 해야 더 정확할지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사회보험료 징수업무를 국세청으로 이관하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지만 가장 먼저 진실해야할 상대방은 정부이다. 그런 다음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이다.
노인요양보험의 또다른 문제점은 시안으로 제시된 3가지 모두 법체계가 독립된 법률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기존의 노인복지법을 그냥 두고 추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물론 서비스내용이나 업무영역을 기술적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나 이는 장기적으로 서비스중복과 전달체계의 혼란은 물론 비효율적인 관리체계를 양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각자의 독립된 법체계에 따른 부처간 협조나 업무 영역간 조정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무리이며 오히려 통합된 법체계와 서비스의 팩키지화를 지향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시안에 담고있는 여러 가지 내용중 시대적인 방향과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민간사업자의 참여이다. 이는 정부가 노인문제를 모두 책임진다는 것은 역부족이기 때문에 건실한 민간사업자와 자본을 참여시키자는 것인데 방향은 옳다. 하지만 일본의 경험에서 보듯이 도덕적인 문제와 운영의 비효율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명확한 진입과 퇴출 그리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새로운 떡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있는 떡을 어떻게 잘 소화시키며 건강에 유익하도록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조선일보독자칼럼 2004.9.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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