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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Care

퇴직연금시대 11

by changebuilder 2006. 7. 5.
(퇴직연금시대)<1부>⑤`문제는 없나`
[이데일리 최현석 손희동기자] 4년여간 노사정간 치열한 논쟁 대상이던 퇴직연금 제도가 드디어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랜 시일을 끌었던 만큼 적용 범위나 도입 모델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노사간 입장차가 어느정도 좁혀졌으나, 아직 풀어야 할 실타래도 많이 남아 있다.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대다수 기업과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을 꺼리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퇴직연금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자산을 관리할 금융기관들의 신뢰 구축 노력과 함께 정부의 엄중한 감시도 요구되고 있다.

◇노사정, 입법화까지 대립과 타협 반복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앞서 노사 양측은 기존 퇴직금 제도의 존속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기업은 퇴직연금 실시를 계기로 그동안 일시 적립 등으로 부담을 줘온 퇴직금을 없애자는 입장이었으나, 노조에서는 퇴직금이 사외적립을 의무화해 기업 부도시 위험을 제거하되 목돈 마련 기회를 위해 남겨두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정부의 중재로 퇴직금을 2010년까지만 임시로 유지시키는 타협안이 마련됐으나, 이번에는 퇴직연금 모델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노동계는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수급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확정급여(DB)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정기여(DC)형은 근로자가 직접 수익률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원금 자체를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측은 매달 수익률에 따라 적립금 규모가 달라져 경영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DB형을 선호할리 만무했다. 근로자들의 이직이 잦아져 근속연수가 짧아지고 있는만큼 근로자 개인계좌에 적립되는 확정기여형이 더 안전하다는 주장으로 맞선 것.

정부와 노동계간에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퇴직연금을 2003년쯤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퇴직연금이 증권시장 부양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노동계의 반발로 2년이나 지연됐다. 재정경제부 주도의 법안 마련에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견제의 목소리를 내는 등 정부내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으로서 퇴직연금 도입 시동을 걸었던 임종룡 영국 재경관은 "고령화가 눈앞에 닥쳐왔는데도 노사 모두 노후 대비에 너무나 관심이 부족해 답답했다"며 "이제 고령화 사회의 심각성이 어느정도 인식되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의 순조로운 정착을 위해 선진국 사례 등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아직도 `주저`..금융권 "개점휴업 되나"

▲ 지난 4월에 있었던 퇴직연금 관련 공청회
제도 시행까지 한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나, 아직 퇴직연금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민주노총이 최근 산하 사업장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3년 내에 퇴직연금을 도입할 것이라고 대답한 곳은 17곳에 불과했다. 아예 도입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곳도 29곳이나 됐다.

기업들이 퇴직연금제 도입을 주저하는 것은 새로운 노사 문제가 양산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도입 문제가 노사관계의 분쟁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기업 경영에 장애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들 역시 2010년까지 기존 퇴직금 제도가 유지되고 있어 `가보지 않은 길을 굳이 먼저 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이나 근로자들이 느긋한 반면 퇴직연금의 수혜자로 꼽히는 금융권은 좌불안석이다. 퇴직연금이 기업과 근로자들의 참여 부족으로 개점휴업 상태에 빠질 경우 만반의 준비에 나섰던 금융회사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이 안된 상태에서 법이 갑작스레 통과가 돼 무척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세제 지원 등 강력한 지원이 어우러져야 조기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뢰 확보 급선무.."홍보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제도가 성공적으로 출발하기 위해서는 신뢰도 구축이 최우선 과제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 기법을 강화해 근로자나 기업의 원금 손실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정부는 금융회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퇴직연금을 통한 안정적 노후 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확보돼야 2차 연금 체계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류건식 보험개발원 재무연구팀장은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 보장이 최우선 목표인 만큼 수익성보다는 안정성 위주의 규제 정책 틀 하에서 점차 수익성 위주로 갈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과당 경쟁이나 과장 광고에 대한 엄정한 감독과 철두철미한 판매·투자 교육이 이뤄질 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도 유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팀장은 "동시에 퇴직연금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근로자가 직접 수탁기관과 운용기관을 선택해야 하는 DC형의 경우 무수한 펀드 상품을 나열하기 보다 엄선된 금융회사들을 통해 일정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몇개의 패키지로 단순화해 소개하는 것도 근로자의 이해를 돕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1년 연금을 민연화한 칠레의 경우 감독 당국이 올해 7월부터 운용수익률, 수수료등 연금기금관리회사(AFP)에 대한 필수 정보를 제공해 가입자들이 어떤 연금펀드를 선택해야 할 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있다.

미완의 과제인 퇴직금 존치 여부와 5인미만 사업장으로의 확장 문제 등에 대해 노사정이 대결 상대가 아닌 협조자로서 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도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노사 양측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불식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선 민간 기업보다 제도 도입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 부문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육에 나서고 있다. 이후 민간 부문까지 교육을 확대해 퇴직연금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무료 컨설팅도 해준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영세 사업장의 경우 전문 컨설팅 기관에 의뢰해 교육을 실시하겠다"며 "이에 필요한 비용은 노동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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