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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Birth

애 안 낳는 사회18 <가족의 육아부담>

by changebuilder 2005. 10. 28.
[애 안 낳는 사회] 5. 가족에 육아 기대다보니…

우울한 친정·시부모
애 돌보기 힘든 데다 친구도 못 만나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모(30)씨는 요즘 시아버지의 우울증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시부모는 지난해 김씨의 첫째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도, 소일거리도 없어진 시아버지가 우울증에 걸리는 바람에 온 집안이 걱정이다.

"살던 집을 부모님께 비워드리고 우리 가족은 가까운 곳에 전세를 가는 등 온 집안이 법석을 떨었죠.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이 지경이니 둘째는 엄두가 나지 않아요. "

취업 주부인 김모(33)씨는 아이 때문에 시부모와 갈등을 겪었다.

"두 아이를 키워준 시부모에게 최근 싫은 소리를 했다가 아이를 키워준 은혜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시부모나 친정부모가 아이를 키워줄 경우 그나마 고생이 덜하지만 이 때문에 가족끼리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보육 시설도 갖추지 않은 현실에서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으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부모뿐 아니라 할머니.할아버지와 친인척까지 온 가족을 괴롭히는 문제가 돼버렸다. 제대로 된 보육시설이 없어 그래도 믿고 맡길 사람은 친인척뿐이라는 생각이다.

대통령 직속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0세아를 조부모나 친척 등 가족이 맡아 키우는 경우가 전체의 54.9%나 됐다. 파출부 등 비혈연에게 맡기는 경우는 9.3%, 자영업 등을 하는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경우가 32.7%였다. 반면 보육시설에 맡기는 경우는 3.1%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멀리 떨어져 있는 조부모나 친척에게 영아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 이제 주말 또는 한달에 한번 정도 만나는 '보육 이산가족'은 흔한 모습이다.

50대 주부 김순자(59.강남구 청담동)씨는 "여고 동창회에 한동안 나타나지 않는 친구가 있으면 대부분 손자를 봐주는 경우"라며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병까지 생기는 친구를 보면 손자를 키워주겠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손자를 돌보지 않고 부부만 사는 이른바 '통크족'(TONK, two only no kids)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노년의 삶이 됐을 정도다.
[애 안 낳는 사회] 5. '보모' 중국동포 아줌마

의사소통 문제 있지만 입주 육아 가능해 인기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직장여성들에게 중국동포 아줌마의 주가가 상한가다. 중국동포 아줌마를 아이 돌보는 보모로 많이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동포 알선 전문업체인 서울 강남구의 K소개소 관계자는 "불경기로 파출부는 남아돌고 있지만 중국동포 아줌마는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인건비는 아이가 하나일 때는 보통 월 120만원, 아이가 둘일 때는 월 140만원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김민경(35)씨는 요즘 중국동포 아줌마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창문을 좀 열라고 했더니 '이 집은 환풍기가 없느냐'고 하더라고요." 둘째가 태어나면서 중국동포 아줌마를 애를 보는 가정부로 썼지만 상전을 모시고 산 것과 같다는 게 그의 호소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된 이 가정부에게는 월급(140만원) 이외에 파마비.목욕비.주말 차비 등으로 20만원 정도를 더 준다. 김씨는 "아이가 볼모가 되는 이상 그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한국에 갓 온 중국동포의 경우 말이 서투르고 문화나 행동양식도 달라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 처음 온 중국동포 아줌마를 고용했던 김모(33.서울 서초동)씨는 "스타킹이란 외래어를 모를 정도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결국은 그만두게 했다"며 "보육료가 비싸도 좋은 시설에서 잘 돌봐준다면 중국동포 아줌마를 쓸 필요가 있겠느냐"며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