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스웨덴식 복지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1932년 이후 지금까지 74년 중 65년 동안 집권하면서 스웨덴의 복지제도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집권 중도 좌파 사민당은 17일 실시된 총선에서 복지 축소와 감세를 내세운 중도 우파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 여론조사선 야당 우세=선거 전날인 16일 발표된 일간 '다겐스 니헤터'지의 여론조사에서는 야당인 중도우파 연합이 50.8%의 지지로 사민당 등 좌파연합의 43.9%보다 6.9%포인트나 앞섰다. 이는 지난주 초의 격차 1.3%포인트보다 크게 벌어진 것이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우파연합은 2.1~4.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최종 결과는 18일 오전(한국시간) 나올 예정이다.

◆ 복지냐 일자리냐=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은 일자리.보건.교육이었다. 보수당의 프레드리크 라인펠트(41) 당수가 이끄는 중도 우파 야당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감면하고 복지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영기업의 민영화도 과감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8월 현재 스웨덴의 실업률은 5.7%로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야당은 실업.병가.조기퇴직.취업교육 등으로 실업수당 혜택을 받는 사람을 포함하면 실질 실업률은 20%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27.5%로 서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12년 만에 재집권을 노리는 야당은 이번 선거전에서 급진 개혁보다는 중도 성향을 강조했다. 라인펠트는 "복지제도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복지 축소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을 설득했다.
◆ 좌파 막판 역전 기대=반면 사민당의 예란 페르손(57) 총리는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이룬 경제성장을 내세우며 복지제도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올 2분기 성장률은 5%로 유럽연합(EU) 평균인 2.8%보다 높다.
그러나 페르손 총리는 집권기간 중 공공부문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등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무거운 세금, 인건비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옮기는 등 민간 경제 활동의 위축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받았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집권해 온 페르손 총리에 대한 '피로감'과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사민당의 고전을 불렀다고 스웨덴 언론들이 전했다.
사민당은 높은 세금을 바탕으로 한 폭넓은 복지와 '노사정 3자 협력체', 중앙집권화된 임금 교섭 등을 내용으로 하는 스웨덴 특유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경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