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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Birth

양육교육비 부담

by changebuilder 2006.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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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노후 불안한데 … " 양육·교육비 큰 짐
[중앙일보 2006-05-09 08:07]

[중앙일보 김영훈.최승식]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모(32)씨 부부는 주말마다 처가인 경남 마산으로 향한다. 맞벌이를 하느라 처가에 맡긴 8개월 된 딸을 보기 위해서다. 한 달 교통비만 40만~50만원이 든다. 김씨는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만한 시설을 찾지 못했다"며 "둘째는 낳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는 선진국에선 일반적 추세지만 한국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원인은 총체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래서 해법 또한 간단하지 않다.

◆ 외환위기가 준 충격=1997년의 외환위기가 출산율 저하의 분수령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업은 가정을 불안하게 했다. 평생직장개념이 사라지면서 고용 불안도 커졌다. 따라서 아이를 낳아 끝까지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아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의 97년 조사에서 기혼여성 10명 중 7명은 '출산은 필수'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이 비율은 58%로 급감했다. 지난해 조사에선 '필수'라는 응답이 23%였다.

자연히 출산율도 떨어졌다. 2001년, 2002년에 해마다 10%씩 급감했다. 외환위기는 극복했지만 이때 생긴 고용.노후 불안은 지금도 여전하다.

폴란드도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폴란드는 동유럽 국가 중 출산율이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1989년 체제 전환 과정에서 실업률 증가 등을 경험한 후 출산율이 급감(2.1명→1.2명)했다.

◆ 변화에 뒤처진 사회구조=여성의 경제 참여는 크게 늘었다. 그러나 기업과 가정의 문화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홍보.광고 등 일부 영역에선 여성 직원의 숫자가 남성을 추월한 회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출산과 보육의 짐은 대부분 여성이 짊어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하는 경우는 8%에 불과했다. 맞벌이도 큰 차이는 없었다. 취업 여성의 61%는 결혼을 전후해 직장을 그만둬야 할 형편이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성이 직장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출산율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달라진 가치관과 비용 부담=출산율이 높은 20대가 결혼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성의 초혼 연령은 평균 27.7세였다. 5년 전보다 1년이 늦어졌다. 만혼일수록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청년실업도 문제다. 직장이 없으면 결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3월 청년 실업률은 8.5%로 전체 실업률(3.9%)의 2배를 넘었다.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녀 없는 부부(딩크족)들이 만든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무자녀 가정 선언문'이 올라 있다. "자식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젊은이들 사이에 넓게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이미 많이 달라졌다. 20대 여성 중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은 10%대다. 회사원 이양희(27)씨는 "결혼이나 출산보다는 내 꿈을 성취하고 여가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육.교육비 부담도 큰 짐이다. 자녀가 2명인 가정의 경우 생활비의 절반 이상(59%)을 자녀 교육비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양육비를 자식에 대한 투자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교육비와 양육비를 '쓰면 날아가는 돈'으로 여기고 있다"(최숙희 연구원)는 것이다.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정책연구팀장은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내가 혹시 잘못되더라도 아이는 국가에서 책임져 준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filich@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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