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하의 blog
NO人과 어르神 본문
건강보험공단에서는 한 달에 두 번정도 노인들에게 등급을 부여하는 회의가 열린다. 노인의 신체와 정신상태 수준에 따라 5등급까지 분류하는 판정회의를 하다보면 인간의 다양한 환경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가족들의 간절하고 안타까운 사례도 있지만 판단하기 어렵고 복잡한 경우도 많다. 등급을 받으려는 가족들의 간절한 심정 때문에 회의는 항상 긴장되기 마련이다. 몸이 불편한 노인을 돌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자식들이 있어도 직장과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부모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족 간 화합과 애정이 부족한 경우는 부모 봉양을 두고 서로 눈치를 보고 갈등이 내재되어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일쑤이다. 결국 몸이 불편한 노인은 집안의 애물단지 같은 존재로 추락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혹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 노인요양보험 제도를 만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맞는 얘기다. 정부에서도 초창기 제도를 도입할 때 가족이 돌보지 못한 노인을 국가가 보살피겠다고 홍보하던 TV광고가 생각난다. 그 결과로 이제는 등급을 받은 노인을 유치하느라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는 시니어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하지만 등급판정을 하다보면 가족의 도덕적 해이를 목격하기도 하고 제도 자체의 문제점도 보인다. 노인복지 원칙에서는 가족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차선으로 국가의 제도적 보호를 강조한다. 하지만 제도의 속성상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노인이 되면 정신적 육체적 건강관리를 통해 스스로의 독립적인 일상생활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의 몸이 불편하여 요양원이나 가족의 돌봄이 시작되면 고독과 외로움도 함께 시작된다. 가장 불행한 노인은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하는 건강한 노인이다. 신체는 건강하지만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고통은 더욱 크다. 마음이 아픈 노인은 스스로의 노력과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생활의 지혜는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경험이 많고, 온갖 세상풍파를 견디고 살아오면서 깨우친 지혜가 많음을 의미한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배우고 경험한 삶의 지혜를 터득한 것이 많을수록 서로 도움을 받으려고 앞 다퉈 어른들을 모시려고 할 것이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면 아재가 되고, 꼰대라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사실 꼰대와 멘토는 작은 차이에 불과하다. 꼰대와 멘토는 둘 다 젊은 사람들에게 충고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꼰대는 잔소리꾼이지만 멘토는 은인이기 때문이다. 노인을 NO人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르신을 어른이 된 神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을 넘어 神의 반열에 오른다는 뜻이다. 모두에게 존경받고 인생의 멘토가 되는 생활의 지혜를 터득한 분이다. NO人이 될 것인가? 어르神이 될 것인가? 이는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는 현실이다. 지혜로운 노후를 즐기려면 부지런히 배우고 참여하며 자신 스스로의 주장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노인이 되면 대부분 수동적이며 아집과 고정관념 속에 자신의 생각을 가둬놓기 일쑤이다. 과거 지향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때 지혜로움이 찾아온다. 청년뿐 만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가족에게 칭찬받지 못한 노인은 요양원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외당한다. 이제 우리가 만나는 NO人 모두가 어르神이기를 희망한다.
나주시노인전문요양원 보급자리 9월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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