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하의 blog
미네르바가 남긴 교훈 본문
[투데이 프리즘] 미네르바가 남긴 교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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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법리적 논란과 함께 민주주의의 가치와 이념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미네르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범죄가 성립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문제는 법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우리가 깊게 생각해 보아야할 것은 어디까지라는 추상적인 한계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가치론적 판단기준일 것이다.
사람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바뀌면 법률도 바뀐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의 지배라는 큰 틀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만사는 아니며 모든 것을 법률적 잣대로 해결할 수만은 더욱 없다. 미네르바가 올린 280여개의 글 중 검찰이 혐의를 둔건 2건의 글이다. 2개의 글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국제신인도와 외환 시장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전기통신기본법'에 의해 구속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미네르바의 지난 12월 29일자 공문에 담긴 내용이 허위에 해당하는지와 공익을 해쳤는가 여부일 것이다. 허위사실 유포로 공익을 해쳤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20억불을 소모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는 내용을 보고 네티즌들이 20억불을 추가 환전했다는 것이 이유이다. 둘째는 국가 신임도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은 미네르바의 글로 인해 외환시장 및 국가신임도에 악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안 이라는 것이 구속 이유였다. 물론 20억불 손해와 국가신임도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는지의 허위사실 정도를 놓고 법이 판단할 일이 남아있다. 시민단체에서는 특정한 피해자가 없는데도 정부 방침에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며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에 대해 검찰과 같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구속자는 수없이 생겨날 것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또한 이번 일은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구속시킨 것이며 민주주의의 사망선고라고 항변한다. 미네르바의 글이 국제신임도를 손상시켰다면 그동안 정치인들이 잘못된 국정수행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나 사실 행위 또는 외교적 실수는 이번 구속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편 보수단체에서는 엄정한 법의 집행을 통해 다수 대중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네르바는 한 개인이 아니라 너무나도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점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면서 자고나면 무슨 글을 올렸는지 궁금해 하고 사태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은 언론의 책임도 크다는 시각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허위사실 유포를 사이에 두고, 어머니와 마누라가 물속에 빠졌을 때 누굴 먼저 구해야 하느냐의 문제와 비교하기도 한다. 사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는 우문에 불과하다. 양쪽 모두 중요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인터넷의 악성댓글로 인해 연예인이 자살하고 익명의 욕설로 상대방을 비난함으로 인해 사회적 손실이 크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여 법으로 인터넷 공간을 통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인터넷 실명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국 표현의 자유도 보장해주면서 허위사실 유포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대안일 것이다. 이러한 논의자체가 개인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고민이나 사회적 논의도 없이 법의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에 무전유죄 유전무죄란 단어도 생겨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 우리 국민모두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수용할만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다면 미네르바에게도 올바른 판단이 내려지리라 확신한다. 박상하(나주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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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2월 13일 (33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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