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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Solidarity Economy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3-1

by changebuilder 2008. 8. 25.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Ⅲ-(1)지원펀드-아쇼카 재단
입력: 2007년 11월 04일 16:53:07
 
생계비에 경영기법까지 지원… 사업정착의 ‘동반자’

미국의 사회적 기업 ‘경계없는 놀이터’가 장애·비장애 아동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게 설계한 놀이터에 어린이들이 모여 있다. 이 단체의 대표 에이미 바자크는 2002년 아쇼카 연구원으로 뽑혔다. <제공/경계없는 놀이터>
세상을 바꾸겠다는 패기로 가득 찬 사회적 기업가들도 벽에 부딪칠 때가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부족한 자본금과 불안정한 생계다. 경영과 회계 기법에 어둡다는 것도 약점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홀로 가야 한다는 고독감은 사회적 기업가들의 좌절을 가중시킨다. ‘아쇼카(Ashoka)’는 이 같은 사회적 기업가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1980년 미국 버지니아주에 설립됐다. 사회적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사회적 기업가가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아쇼카는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곧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철학에 기반한다.

아쇼카는 지금까지 60개국에서 1900여명의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 육성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 단계에 있는 원석을 찾아내 아낌없이 지원, 빛나는 보석으로 연마했다. 이들은 현재 세계 각지, 특히 제3세계에서 빈곤퇴치와 교육운동 등에 투신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2006년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도 아쇼카의 일원이다.

아쇼카 프로그램의 핵심은 ‘아쇼카 연구원(Fellow)’이다. 연구원을 선발하면 그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자금 지원은 물론이고 홍보 전략 수립, 법률 자문, 인맥 구축 등 다각도의 경영 지원을 제공한다.

설립 초기 몇 년간은 아쇼카 측에서 직접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 세계를 돌아다녀야 했다. 85년까지 36명을 찾아낸 게 아쇼카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년에 수백명의 지원자들이 아쇼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06년 아쇼카 연구원으로 선발된 사케나 야쿠비 ‘아프가니스탄 학습협회’ 대표가 어린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 제공/아쇼카>
연구원 선발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아쇼카는 지원자들이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졌는지 엄격하게 검증한다. 지원자는 참신한 발상과 창의력, 기업가적 자질, 윤리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 지원자의 아이디어는 전 세계나 하나의 대륙, 적어도 한 국가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인 것이어야 한다. 지원자의 80%는 이력서와 에세이에서 탈락한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기업 영역과 시민 영역의 전문가 14명 앞에서 12~20시간에 걸친 긴 면접을 치러야 한다. 심사위원단이 지원자가 창업한 사회적 기업의 현장을 실사하기도 한다.

이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발한 연구원에겐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아쇼카는 우선 연구원에게 3년간 생활비를 지급한다. 오직 사회적 기업에만 집중하라는 취지다. 또 유수의 컨설팅 회사와 제휴를 맺고, 연구원들이 언제든 필요한 도움을 무료로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경영 컨설팅업체 ‘매킨지 앤드 컴퍼니’, 홍보업체 ‘힐 앤드 놀튼’, 비영리 변호사단체인 ‘국제 상급변호사 프로젝트’ 등이 여기 포함돼 있다.

‘기업가에서 기업가로’는 사회적 기업가가 세련된 경영 기법을 배울 수 있게 일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다. 아쇼카는 연구원을 위한 웹사이트인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s)’도 열었다. 연구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도록 한 것이다. 외롭게 분투하던 사회적 기업가들은 이 사이트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는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아쇼카의 전략은 적중했다. 연구원들은 세계 곳곳에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이 고안한 사업 모델의 93%가 세계 혹은 전국 규모로 확산됐다.

일례로 파비오 로사(89년 연구원 선발)는 전기가 부족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브라질인을 위해 태양 에너지를 값싸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가 세운 사회적 기업 ‘솔라 홈 시스템’은 브라질의 전기료를 70~80% 절감했고, 전기 없이 살던 100만명의 사람들에게 빛을 선사했다. 이 기업의 아이디어는 23개국으로 퍼져나갔다.

당초 자본금 5만달러로 출발한 아쇼카는 27년 만에 예산 3000만달러(약 270억원)를 운용하는 대형 단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창업자 빌 드레이튼(64)은 인도부터 독일까지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 헤매던 처음의 열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연구원과 비슷한 경제 수준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아쇼카 원칙에 따라 수년째 월급도 받지 않고 있다. 드레이튼은 “아쇼카 연구원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의 56%가 시행 5년 안에 그들이 일하고 있는 국가의 정책과 제도를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아쇼카의 사회적 기업가들은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이상을 손에 잡히는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사회적 기업에 주는 다양한 賞들
입력: 2007년 11월 04일 16:53:19
 
성과·윤리성 보증… 수상기업엔 후원 쇄도

워싱턴대 비즈니스 스쿨의 ‘세계 사회적 기업가 대회(GSEC)’에 참여한 한 학생이 연단에서 자신의 사회적기업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제공/워싱턴대>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돕는 재단의 가장 큰 고민은 ‘누구를’ ‘어떻게’ 도울 것이냐에 있다.

재단이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꼼꼼히 살펴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재단 스스로 여러 사회적 기업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어워드(Award)’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재단의 전통적 활동은 어워드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역할과 공적에 대해 평가를 매기고,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로 확장된다. 재단은 나아가 정보제공은 물론 네트워크 형성까지 돕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어워드는 슈와브 재단의 ‘올해의 사회적 기업가상(Social Entrepreneur Of The Year)’. 세계경제포럼(WEF)의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와브가 설립한 슈와브 재단은 혁신성과 성과, 지속가능성, 윤리성 등에 대한 독자적 지표를 갖고 선도적인 사회적 기업을 판별하고 있다. 매년 전문가·자기 추천을 통해 모인 100개 내외의 후보는 서류 분석, 전문가 조언, 방문 조사 등 4단계에 걸쳐 엄격히 검증된다. 재단의 기준을 통과한 10~20여개의 수상자는 그만큼 객관성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프 스콜 이베이 전 회장이 모든 부를 벗어 던지고 1999년 창립한 스콜 재단은 ‘사회적 기업가를 위한 스콜상(Skoll Award)’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선정되는 10~30여개의 기업은 평균 100만달러를 3년에 걸쳐 지원받는다. 재단은 또 상금 운용을 지켜보며 기업 활동까지 지원한다. 수상자는 스콜재단의 사회적 기업가 포럼에도 참석하게 된다. 이외에도 패스트컴퍼니와 모니터그룹이 공동으로 선정하는 ‘사회적 자본가상’이나, 맨해튼인스티튜트의 ‘사회적 기업가상’ 역시 사회적 기업을 판단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재단·기업의 어워드가 사회적 기업의 내실을 다진다면 각 대학의 어워드는 새로운 사회적 기업의 산파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버드, MIT, 스탠퍼드 등 각 대학의 어워드는 대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한 경연대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젊고 창조적인 학생들의 독특한 사업 아이디어는 경쟁을 통해 효과적으로 다듬어지고 현실에 태어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들 어워드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등 유명 기업의 후원이 쇄도, 상금 규모가 5000~1만달러로 큰 편이다.

실제 하버드의 ‘비즈니스 플랜 콘테스트(BPC)’에서 우승한 NLNS는 뉴욕과 시카고 등 시 외곽 빈민가의 공립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 증진을 위한 교육을 실시, 300여명의 새로운 지도자를 길러냈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