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이 희망이다]Ⅱ-(1)사회적 기업가가 만들어낸 조화로운 공동체 | |||||||
입력: 2007년 10월 21일 17:11:24 | |||||||
① 노숙자서 노동자로-빅이슈 점심한끼 대신 평생직장…2500원 잡지의 기적
고속도로 밑 얼기설기 엮은 박스 안에서 살고 있는 도미나가 야스히로는 1년 전부터 도쿄 미타카 지하철 역사에서 빅이슈를 팔고 있다. 경제 불황에 따른 건설회사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뒤 시작된 노숙생활 5년 만에 처음 잡은 ‘직업’이다. 빅이슈 직원으로부터 잡지 판매원으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게 시작이었다. 오랜 노숙 생활에 그럭저럭 안주했던 즈음이라 ‘입사 제안’에 고민도 했지만, 일단 일을 선택하고 난 뒤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일터’는 사회와 ‘소통의 장(場)’이 됐다. 지하철 역 출구에서 잡지를 팔기 위해 홍보물을 목에 건 그에게 행인들이 다가왔다. “열심히 하라”는 격려도 건넸다. 오랜 노숙생활 동안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만을 경험했던 그는 실로 오랜만에 행복을 맛봤다고 했다. 사람들과 대면하면서 느끼는 기쁨은 지속적으로 일을 하게 하는 추동력이 됐다. 그러나 처음엔 일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빅이슈가 일하는 동안 술을 마시거나 담배 피우는 것을 엄금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노숙 생활 동안 중독되다시피한 술과 담배를 참기 어려워 그만 주저앉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체와 정신이 몰라보게 상쾌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규정을 견디지 못해 구걸 생활로 돌아간 동료 노숙인들도 적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 도미나가 야스히로는 ‘빅이슈 판매’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닌 ‘직장 동료’를 사귀면서 빅이슈를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게 됐다. 오래 전 이혼을 한 데다 자식과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는 그에게 빅이슈의 친구들은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없다. 빅이슈 지사에서 주관하는 판매 전략 회의 등에 참석하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료들을 만나 일과 취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됐다. 지난 10월 빅이슈 도쿄 지사에 ‘노숙인 댄스 동아리’까지 생기자 도미나가 야스히로는 빅이슈의 열혈 멤버가 됐다. 동아리에 등록한 그는 5~6명의 빅이슈 판매원들과 함께 2주 마다 한차례씩 만나 춤을 췄다. 몸을 움직이고 리듬을 타면 하루의 피로가 눈녹 듯 풀렸다.
빅이슈의 도움으로 지난 1월23일엔 신주쿠 소극장 ‘시어터 브라츠’에서 공연도 했다. 난생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즉석으로 떠오르는 동작 등 그동안 느꼈던 감정을 마음껏 몸으로 표현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자리가 120여석에 불과한 소극장에 200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왔다. 언론에서도 앞다퉈 보도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번 돈은 미래를 일구기 위한 소중한 종자돈이 됐다. 하루 30여권의 잡지를 판매한 돈의 일부를 저축했더니 1년이 지나 15만엔의 돈이 쌓였다. 내년 3월에는 이 돈으로 정부 임대 아파트에 들어갈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노숙인들을 위한 저렴한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입주자가 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월 18만엔의 자활 보조금을 준다고 했다. 요즘엔 차비가 아까워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할 정도로 ‘짠돌이’가 됐다. 다카다노바바에서 인터뷰를 마친 그는 빅이슈 20여권을 자전거 바구니에 싣고 훌쩍 자전거에 올라탄다. 일터인 미타카 역으로 간다고 했다. 지하철로는 30여분 거리지만, 자전거로는 2시간을 꼬박 달려야 하는 거리다. 그럼에도 그늘 하나 없는 표정으로 그는 말한다. “고된 하루지만, 빅이슈 판매원이 된 뒤론 단 한번도 일을 하지 않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일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지금이 어느 순간보다 행복합니다.” 〈도쿄|김정선기자 kjs043@kyunghyang.com〉 |
[‘사회적 기업’ 이 희망이다]빅이슈는 어떤 기업? | |||
입력: 2007년 10월 21일 17:11:16 | |||
아울러 잡지 판매원으로 자리를 잡은 노숙인 중 일부를 빅이슈 본부에 취업시켜 잡지 편집이나 취재 활동을 맡겼다. 다른 노숙인들에게는 기본적인 취업 교육 및 정보·기술(IT) 교육을 제공했다.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들이 근로자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5000여명의 노숙인들이 빅이슈를 거쳐 자활에 성공했다. 빅이슈가 노숙인 자활에 성공 모델로 자리잡으면서 세계 각국의 사회적 기업가들이 앞다퉈 자국에 빅이슈의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빅이슈는 다른 나라에서도 빅이슈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진물과 국제 뉴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현재 호주, 남아공, 나미비아, 케냐 등 전 세계 28개국 사회적 기업가들이 영국 빅이슈에 등록을 한 뒤 자국판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일본 빅이슈는 2000년 쇼지 사노(65)가 들여 왔다. 평생 도시 문제 연구를 해 왔던 쇼지 사노는 빅이슈가 일본에 넘쳐나는 노숙인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했다. 판매원으로 등록한 노숙인들에게 권당 200엔인 잡지 빅이슈를 원가 90엔에 제공했다. 노숙인은 잡지 한 권을 판매하면 110엔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쇼지 사노는 지난 7년 동안 빅이슈 등록 노숙인 650여명이 잡지 약 205만부를 팔아 원가를 제하고 총 2억2550만엔(22억2500만원)을 벌어 들였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잡지 77호를 발행했다. 전체 30페이지 가운데 절반은 빅이슈 본부의 국제 기사를 빌려와 쓰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일본 시사뉴스와 각종 취업 정보 등으로 채운다. 그간 일본 정부는 노숙자 문제에 수십억엔을 쏟아부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노숙인에게 점심이나 의료 서비스, 직업 상담 등을 제공했지만 1회적 자선에서 끝나거나 노숙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서비스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쇼지 사노는 “사회적 기업이 노숙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적어도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에 어떻게 사회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을 보여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그간 빅이슈의 성취를 정리했다. 〈도쿄|김정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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