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cial Solidarity Economy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1-2

by changebuilder 2008. 8. 25.

[‘사회적 기업’ 이 희망이다]Ⅰ-(2) 빈곤탈출은 교육에서부터
입력: 2007년 10월 11일 17:48:54
 
- ‘벨’ 얼 마틴 팰런
빈민가 아이들의 꿈 찾아주는 ‘희망 학원’



미국 보스턴 남부 도체스터는 키작은 다세대 주택들이 꽉 들어찬 전형적 빈민가다. 인적조차 드문 골목. 과연 이런 곳에 사무실이 있을까 싶은 황량한 주택들 사이를 돌고 돌아 발견한 ‘벨(BELL)’의 건물은 회색 벽돌 외벽에 2층으로 이어진 철제 계단까지 밖으로 드러나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예일대 졸업,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라는 이곳 설립자 얼 마틴 팰런(39·사진)의 화려한 프로필만을 접한 상태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난한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꿈을 키워주고자 하는 그에게 빈민가 한가운데는 말 그대로 희망의 무대다.

팰런은 “정치가를 꿈꾸던 내가 교육에 눈을 돌리고 벨을 시작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하던 1992년, 친구 권유로 보스턴 외곽 주민센터로 교육 봉사를 나간 것이 계기였다. 팰런은 “6학년이 되도 책읽기조차 힘든 흑인, 라틴계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도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버려진 고아였던 터라 이같은 현실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다. 두 살 때 백인 부모의 가정에 입양돼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으로 느껴졌다.
얼 마틴 팰런

“내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었죠. 아이들을 보면서 이들을 돕는 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난에 찌들어 희망을 잃어버린 아이들이었지만 교육을 제대로 받는다면 무슨 꿈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죠.”

그는 그해 단돈 1만2500달러, 학생 20명으로 방과후학교 ‘벨’을 열고 첫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숙제를 돕고 책 읽기를 하는 전형적인 방과후학교였지만, 운영 방식은 달랐다. 부모님, 선생님의 관심에서 벗어난 빈민가 아이들에게 공부의 재미와 보람을 알게 하기 위해 그가 도입한 것은 ‘성과 중시’라는 기업 이념이다. 점점 나아지는 성적표에 자신감을 가진다면 아이들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벨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가 친구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벨 제공>
이를 위해 팰런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개발한 실력테스트를 도입, 아이들의 실력을 ‘실패-노력필요-향상-능숙’ 등 4단계로 정확히 나눴다. 그리고 개인별 학습지도 계획을 세웠다. 영어, 수학 커리큘럼 역시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덕분에 반에서 꼴찌를 다투던 ‘벨’의 첫 학생 20명은 모두 대학에 들어가는 기록을 세웠다. 학생 1만2000명으로 커버린 지금도 ‘실패’ 등급에서 시작하는 벨의 모든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마칠 때쯤 80% 이상 ‘향상’이나 ‘능숙’ 등급을 받는다.

팰런은 “일부는 우리가 성과를 위해 아이들을 너무 몰아댄다고 비판하지만, 실력을 키우지 못하면 이들은 계속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팰런의 차별성은 선생님을 ‘노동자’로 주목했다는 점에도 있다. 팰런은 “공교육의 실패는 열정과 책임감이 없는 교사들에게 원인이 있다고 본다”며 “성과를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강제적 동기가 없다보니 곧잘 약속을 어기는 모습을 본 것도 이런 판단을 굳게 했다. 이 때문에 벨은 700여명에 이르는 선생님을 자원봉사자 대신 임금 고용인으로 채운다. 또 신입 선생님은 일정 기간 수습을 받고 틈틈이 재교육도 받아야 한다.

봉사에 의지하지 않는 사업적 면모는 성과를 빛나게 하는 반면 금전적 어려움을 부르기도 한다. 팰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도덕적 결벽, 또는 능력의 부재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그는 설립 초기부터 로스쿨 은사인 찰스 오글트리 교수, 로버트 피터킨 하버드대 교육학 교수 등을 이사로 영입해 공신력을 높이고, 정부 로비활동에 적극 나섰다. 또 절친한 친구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설득, 여름방학 교육 프로그램에 연방기금을 지원하는 ‘스탭업 액트’ 법안을 상원에 상정시켰다.

그는 흑인 입양아에다 로스쿨 출신 엘리트라는 이색적인 개인사도 숨기지 않고 홍보에 활용했다. 그는 “나의 이력은 벨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한때 집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야 할 정도로 어려웠던 벨의 재정은 최근 해마다 2배씩 급성장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5년 내 학생 규모를 두 배로 키우고, 벨의 시스템을 프랜차이즈화하려 한다”며 “정치로 세상을 바꾸려던 꿈보다 지금이 더욱 현실적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벨(BELL)

벨은 도시 외곽 빈민가의 유치원~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와 여름방학에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 분야 사회적 기업이다. 보스턴과 뉴욕, 볼티모어 등에서 1만2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로 성장했다. 또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 서비스 대상’을 받고 모니터그룹의 ‘사회적 기업가상’, 존스홉킨스대학의 ‘탁월한 여름학교상’ 등을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보스턴|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사회적 기업’ 이 희망이다]글 모르던 학생이 “공부가 재미있어요”
입력: 2007년 10월 11일 17:49:08
 
‘학습 부진아’ 탈출 로버트

“이제 공부가 재미있어졌어요.”
로버트 배리맨 주니어

9월 시작된 새 학기에 5학년이 된 흑인 소년 로버트 배리맨 주니어(10)에게 이번 학기는 정말 특별하다. 처음으로 같은 학년의 일반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도체스터 인근 매나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그는 주의력 결핍에 학습 장애 판정을 받은 아이였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맞벌이 부모는 생활에 허덕이다보니 신경을 쓸 수 없었고 부모의 무관심 속에 그의 증상은 점점 심각해졌다. 산만하게 움직이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그에게 교사와 친구들은 눈총을 주기 일쑤였고, 성적은 당연히 엉망이었다.

하지만 2학년이던 2년 전, 우연히 벨의 방과후교실을 접한 후 그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1학년 수준의 교과서도 읽지 못해 ‘실패’ 그룹으로 분류됐던 그는 1년 만에 ‘향상’ 등급을 받았다. 그리고 2년 만에 ‘부진아’ 딱지를 떼면서 동학년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

그는 “벨의 선생님들은 모르는 것을 여러 번 물어봐도 상냥하게 가르쳐 주어 공부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대단위로 이루어지는 공교육과 달리 소그룹이나 개인교습으로 이루어지는 방과후교실의 효과다.

그는 또 서머스쿨 도중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자랑스레 내밀었다. 그는 “공부뿐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그림, 운동, 춤 등을 배울 수 있어 더 재미있다”면서 “샌드위치와 쿠키를 맘껏 먹을 수 있는 간식 시간이 제일 좋다”며 활짝 웃었다.

그가 벨에서 얻은 것은 나아진 성적표만이 아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밝고 적극적인 태도는 더욱 귀중한 배움이다.

그의 아버지 로버트 베리맨은 “공부는커녕 학교생활 적응도 힘들어했던 아들이 이제는 친구들과 농구 등 운동을 하며 학교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배리맨은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벨을 알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며 “숙제를 돕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곳과 달리 벨은 정신력을 기르고 리더십을 가르친다는 생각에 선택한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10살이니 구체적 꿈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모습이라면 충분히 사회에 이바지하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벨은 내가 돈만 있다면 당장 기부하고 싶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보스턴|박지희기자〉

'Social Solidarity Econom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1-4  (0) 2008.08.25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1-3  (0) 2008.08.25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1-1  (0) 2008.08.25
사회적기업 탐방취재 동행기 3  (0) 2008.08.20
사회적 기업가  (0) 2008.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