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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바로 알기

by changebuilder 2007. 1. 9.
Executive Essay

글 쓴 이 민경국 글쓴 날짜 2007년 1월 8일
제     목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바로 알기

한국경제는 저성장률, 실업률의 증가, 빈곤층의 증대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새해가 밝았지만 금년 경제전망 또한 대단히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독일의 ‘사회적 사장경제’를 벤치마킹하지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사회적 시장경제’는 시장경제와 복지정책을 결합한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은 시장경제 때문이며, 그 이후 경제침체의 원인은 바로 사회적 시장경제에 있다고 주장한다. [편집자 주]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저조한 성장률이다. 그리고 실업의 심각함이 두 번째 어려움이다. 특히 전체 실업자중 청년실업이 차지하는 비중(44%)은 OECD 회원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측에 속한다. 젊은이에게 일자리가 없는 것은 정말로 서글픈 일이다. 부자(父子)가 백수인 가정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의 세 번째 문제는 빈곤층의 증대이다. 분배구조도 악화되었으며, 서민들의 생활이 그 어느 때보다도 피폐해졌다. 2007년 새해의 경제전망도 대단히 불투명하다. 기업인들의 장래에 대한 전망도 매우 비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활로는 무엇인가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흥미롭게도 학계나 정계 그리고 시민단체의 일각에서 그 활로를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찾고 있다. 이것은 시장경제와 복지국가를 결합한 개념이다. 시장과정의 결과를 분배정책과 복지정책을 통하여 수정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이 이념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혼합한 중도 이념이다. 좌파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은 제2차 대전 후 전쟁의 폐허에서 독일경제를 구출하여 라인강의 기적을 가져온 장본인은 사회적 시장경제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한국경제의 발전 모델로서 벤치마킹하기에 매우 적합한 발전모델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독일경제가 현재 저성장 고실업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을 사회적 시장경제 때문이 아니라 흥미롭게도 독일통일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전부 틀렸다. 독일경제의 부흥을 가져온 것은 사회적 시장경제가 아니라 자유시장경제라는 것, 사회적 시장경제는 ‘라인강의 기적’을 갉아먹고 독일 경제의 침체를 가져온 주범이라는 것, 독일의 발전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은 지속가능한 경제질서는 자유시장경제라는 것, 이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독일경제의 침체원인은 독일통일 때문인가?

제2차 대전 후 독일경제가 성공한 것은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독일경제는 한때는 라인강의 기적, 또는 유럽경제의 견인차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독일경제는 대단히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 저성장 고실업이 그것이다. 최근 5년간만 본다고 해도 성장률은 1% 내외, 그리고 실업은 10% 이상이다. 저성장 고실업, 이것이 “독일 병”이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독일 병의 원인이다. 한국의 좌파들이 보는 것처럼 그 원인이 1990년 독일통일의 후유증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의 주장은 독일경제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독일 경제가 침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독일 통일이 있기 훨씬 이전에 이미 발생했다. 우선 경제성장률을 보자. 1950년대에는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1960년대에는 4%대로 성장률이 하락하기는 하지만, 1960년대 초반 경제의 활력은 아직도 크다. 그런데 그 활력이 점차 식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며, 저성장의 궤도로 완벽하게 접어든 것은 1970년대부터라는 것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1970년 전후의 차이를 더욱 더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은 1950년에서 2005년간 실업률의 변동모습이다. 1950년대 이후에는 실업률이 일관되게 감소하여 1960년대에는 완전고용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부터 실업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완벽하게 고실업의 궤도에 접어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독일의 경제침체는 결코 통일문제 때문이 아니라 통일 이전에 이미 독일경제는 침체의 길을 걸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물론 독일통일은 독일경제에 부담을 줘 침체를 심화시켰지만, 직접적인 침체원인은 결코 통일독일 후유증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라인강의 기적은 자유 시장경제

따라서 우리가 이제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 문제이다. 그 하나는 독일경제의 침체 원인이 무엇인가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라인강의 기적을 가져온 이유는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건전한 경제정책이 정말로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전후 독일의 경제정책은 전적으로 친시장적이었다. 정부가 시장과정의 결과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경제주체들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만드는 일이었다. 나치즘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조합주의, 카르텔 전통 그리고 간섭주의를 청산해야 했다. 자유시장경제만이 빈곤의 문제와 권력집중의 문제 그리고 번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친시장적인 정책기조는 1950년대 그리고 196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이런 친 시장정책의 이론적 철학적 바탕은 발터 오이켄(W. Eucken)의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이었다. 이것은 독일적 자유주의이라고 하지만 전적으로 사유재산과 경제적 자유를 중시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전통에 속한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1970년대부터는 아주 본격적으로, 이런 친 시장정책 대신에 새로운 정책적 스타일이 들어섰다. 시장경제와 복지국가의 결합이 그것이다. 1960년대까지 자유와 성장에 치중했기 때문에 이제는 분배와 복지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런 명분이었다. 분배와 복지정책의 철학적 이론적 바탕은 뮬러 아르막(A. Mueller-Armack)의 사회적 시장경제였다. 그러면 질서자유주의와 사회적 사장경제의 상이한 정책적 결과로서 구체화된 독일경제의 제도적 분위기를 비교해보자.

첫째, 정부지출이 적었다. 1960년대 중반 이전에는 정부지출이 적었으나, 1960년대 후반부터 정부지출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다. 1970년에 정부지출은 GDP대비 30%에 이르렀으며, 이는 당시 유럽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둘째, 1960년대 중반까지 복지정책을 위한 공공지출도 아주 낮았다. 본격적으로 복지 지출이 증가한 것, 정부의 부채와 적자예산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1970년대 이후이다. 셋째, 1960년 중반 이전에는 정부의 규제도 적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규제를 위한 입법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케인스주의에 따른 경제안정법이다. 이 법에 따른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1970년대부터이다. 넷째, 1960년대 이전에는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높았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1960년 대 후반부터 시작된 노동시장의 경직화와 조합주의가 본격화된 것도 1970년대 이후부터다. 다섯째, 평등주의 교육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도 1970년대 이후이다 그 이전에는 경쟁체제였다.

요컨대 1950년대와 1960년대 경제정책의 기조는 친시장적이었다. 그러나 1960년 대 후반에는 이런 기조가 서서히 약화되고 1970년에 들어서면서 시장 신에 정부가 앞장서고, 경제에 대한 계획과 규제가 증대되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성장과 완전고용을 의미하는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을 가져온 것은 시장경제였다는 것이다. 독일경제의 기적은 “건전한 경제정책과 자유 시장시스템” 이라는 당시 독일 수상 에르하르트의 말은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기적이 소멸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다. 성장과 고용패턴이 보여주는 것처럼 독일경제가 본격적으로 침체의 궤도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였다.

독일경제 침체의 주범은 사회적 시장경제

1960년대 후반부터 독일 사회는 좌경화가 시작하여 1970년 이후에는 그것이 체계적이고 본격적이었다. 좌파가 의회를 지배했다. 노동부문은 물론 학교도, 법원도 좌파가 지배했다. 독일경제가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렸던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독일의 모든 부문의 개혁방향이 되었다. 그것이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을 소멸시켰던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사회적 시장경제가 어떻게 독일경제를 갉아먹었는가의 문제이다. 그런 좌파의 영향이 가장 강력하게 미친 부문은 노동부문, 복지부문 그리고 교육부문이다. 노동자가 최고라고 하여 펼친 친 노동정책은 독일을 노동자 천국으로 만들었다. 왜 노동자 천국인가? 노임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반면에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적다. 해고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여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아챈다. 기업이 먼저가 아니라 노동자가 먼저다. 이것이 노동자의 천국이 아니고 무엇인가! 노동자의 천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해고도 못하고 생산비를 초과하는 노임도 비싸고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하여 사사건건 성가시게 만들고 노동자 파업은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기업하기 어려우니까 기업들이 투자를 억제했다. GDP 대비 투자가 1970년 이래 일관되게 감소해왔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업 탈출(exodus)이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모든 결과는 저성장 고실업이다.

복지정책의 확충도 고실업과 저성장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첫째로 실업도 “괜찮은 직업”으로 만들었다. 병가는 다반사이다. 일하지 않아도 정부로부터 실업수당, 실업보조금, 질병수당의 형태로 월급이 꼬박 꼬박 나오기 때문이다. 복지의 확충으로 느는 것은 조세부담과 보험료 부담이다. 돈 벌면 반 이상을 세금과 보험료로 국가에 바친다. 그래서 열심히 일할 의욕도 없다. 노동의 생산성이 1970년 이래 일관되게 하락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복지국가의 확충으로 기업의 부담도 증대했다. 그래서 신규고용의 억제와 투자의 억제는 필연적 결과다. 복지국가는 독일기업을 해외로 쫒아냈다. 복지국가의 확충으로 이익을 본 계층은 정부뿐이다. 독일 국민이 일 년간 땀 흘려 생산한 것 중 50%를 정부가 사용하는 나라가 어떻게 온전할 수 있단 말인가! 저성장과 실업, 빈곤계층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더구나 심각한 것은 라인강의 기적을 가져다준 근면, 추진력, 위험 부담 그리고 책임감과 같은 도덕적 자본까지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사장경제의 복지제도가 파괴한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독일의 의과대학과 의료기술도 보건복지의 국가독점과 정부규제 때문에 파괴되고 말았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평등주의는 의과대학만 파괴한 것이 아니다. 독일교육 전반을 파괴의 길로 몰아갔다. 평등주의에 따라 대학까지 무상교육이다.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의 대폭 제한되어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그 치명적 결과는 수준 낮은 학력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노벨 상수상자의 45%를 독일인이 차지했던 독일 교육의 명성은 온데 간 데 없어졌다. 세계 100대 대학에 속한 독일대학은 겨우 두 개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로 평등주의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또렷하게 증명한다.

요컨대 사회적 시장경제가 독일의 번영을 갉아 먹어 버린 부문은 이밖에도 많다. 시장경제의 분권적 방법에 의한 문제해결보다는 집단적 해결방법의 코포러티즘(조합주의)이 지배하게 되었다. 경쟁적인 연방주의 대신에 나누어먹기의 연방주의가 지배했다. 이 모두가 독일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키고 발전의 원동력을 정체시킨 중요한 요인이었다.

왜 독일 수출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가?

유럽식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는 이제 그 운명을 다했다. 그럼에도 이를 믿는 지식인들은 드물다. 오히려 독일 기업들이 대단히 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있다고, 독일기업의 수출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측에 드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시장경제는 살아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독일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비싼 노동을 자본으로 대폭 대체했거나 또는 일자리를 해외에서 창출했기 때문이다. 독일기업의 경쟁력은 사회적 시장경제의 제도적 조건을 탈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탈피의 결과는 국내 실업의 증가이다.

독일경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극복하고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립하지 않는 한, 교육 사회주의를 해체하지 않는 한, 복지제도를 축소하자 않는 한, 독일경제의 참혹성은 더욱 심화된다.

세계사는 과거 동유럽과 같은 중앙집권적 경제 질서는 물론 사회적 시장경제와 같은 중도적이고 온건한 사회주의까지도 살아남을 수 없는 질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명한 독일인들은 시장경제의 르네상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독일 정부는 시장경제를 복원하고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 대신에 자유 시장경제, 독일경제의 활력을 가져왔던 시장경제를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다.

독일경제가 한국경제에 주는 시사점

독일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두 가지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생기면 그 탓을 시장경제로 돌리는 버릇이 있다. 아니면 정부의 무능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독일경제가 분명히 보여주는 첫 번째 교훈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생겨나는 것은 정부의 무능 탓도 아니고 시장경제의 탓도 아니라, 반 시장적, 그래서 건전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을 독일경제가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우리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도 시장경제의 탓도 아니고 정부의 무능 탓도 아니다. 그것은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계획 때문이다. 복잡한 시장경제의 현실 앞에서는 그 어떤 정부도 유능할 수가 없다. 그런 유능한 정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치명적 자만과 기만이라는 하이에크의 말은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모두가 무능하다. 무능하기 때문에 친 시장정책이어야 한다.

독일 경제는 멕시코나 아르헨티나처럼 결코 허약한 경제가 아니라 유럽경제를 이끌면서 유럽통합을 주도하리만큼 막강한 잠재력을 가진 경제였다. 그러나 독일의 역사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평등이라는 명분으로 펼치는 포퓰리즘 정책은 허약한 경제만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독일처럼 막강한 경제까지도 여지없이 망가트린다는 엄연한 사실, 이 사실을 독일 역사가 한국경제에게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번째 교훈이다.

요컨대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정부의 불건전한 반 시장적 정책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이를 극복하여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유시장경제이다.

민경국(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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