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대)<3부>③황금 은퇴시장을 잡아라/은행 |
"보험에
질 수 없다"..잠재고객 발굴에 사활 테일러메이드(맞춤)형 서비스로 승부수 |
입력 : 2005.11.09 11:30 |
`어느 은행이 더 집중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은행권 관계자는 "어디랄 것도 없다, 죄다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더구나 퇴직연금 운용은 자산관리기관, 운용관리기관, 상품제공자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자산관리기관과 상품제공자는 복수 선택이 가능하다. 즉 A기업이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 꼭 B금융사것 하나만 가입하는게 아니라 C,D에 나눠 들 수도 있다는 것. 구조적으로도 무한경쟁이 불가피하다. ◇ "어디랄 것도 없다"..무한경쟁 규모 등에서 다른 금융권을 압도하는 은행들은 이미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잠재 고객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앞다퉈 설명회를 열고 있다. 기업연금 경험이 많은 보험권이나 해외 경력자들을 모셔오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시스템 개발에도 양보가 없다. 하나은행은 지난 9월부터 고객과 지점장 등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퇴직연금 관련 설명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10월초까지 500개가 넘는 기업을 상대로 설명회를 마쳤고 일부와는 다음 단계인 컨설팅으로까지 진척됐다. 또 아직 설명회를 하지 않은 기업에 계속 설명회를 열어 모두 2000여개에 가까운 기업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상품 개발과 운용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최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로 방침을 선회한 뒤 시스템 구축에 전사적으로 매달려 있다. 기업고객 대상 초청 설명회 스케줄 역시 잇따라 잡혀 있다. 통합을 앞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신한생명, 굿모닝신한증권과 함께 기업고객 초청 퇴직연금 설명회를 열었다. ◇`보험에 빼앗길 순 없지` 국민 우리 산업 은행등은 초기 공동 시스템을 검토하다 독자적인 전산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정했다. 그만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은 지금 퇴직보험·신탁시장의 절대다수를 점유하는 보험권으로부터 어떻게 시장을 빼앗아오느냐에 승부를 건다. 지난해말 기준 퇴직보험신탁 시장의 점유율은 보험이 83.3%인데 반해 은행은 16.7% 에 그쳤다. 보험은 이미 79년 12월부터 `종업원 퇴직보험`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은행이 이 시장에 진입한 것은 이 제도가 `퇴직보험·신탁` 으로 바뀐 2000년부터다. 후발주자인만큼 고객기업 정보나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딸릴 수 밖에 없다. 주요 보험사들이 대부분 대기업 계열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말한다. 30대기업의 지급 추계액(지급해야 할 퇴직금 전체 규모)이 15조원. 이중에서 사외에 예치돼 있는 금액은 52%에 해당하는 8조원이다. 사실상 퇴직보험신탁 시장을 잡느냐는 이 30대 그룹을 고객으로 갖느냐 못갖느냐에서 판가름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7개 대기업집단이 계열 생명 또는 손해 보험회사를 갖고 있다 보니 은행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비좁은 것도 사실이다. 영업 방식의 차이도 무시못한다는게 은행 관계자의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모집자에게 주는 인센티브가 은행권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절대적 열세 상황에서 은행권이 갈고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 은행 퇴직연금 관계자들은 “은행이 갖고 있는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가장 큰 장점”라고 말한다. ◇테일러메이드로 `승부`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익성 측면에서는 금융사별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연금 수급자인 종업원들은 금융사가 얼마나 안전한지, 유동성은 풍부한지를 가장 중요하게 따질 수 밖에 없고, 은행이 보험사에 비해 이런 측면서 우월하다는 것을 충분히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에서는 `근로자 컨설팅 능력`을 강조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3~4년동안은 보험 15, 은행 85의 시장 점유율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기업연금이 성숙해 개인종합관리계좌(IRA)로 옮아갈수록 근로자 개개인의 종합노후설계가 중요해지고, 이른바 `테일러메이드(Tailor made)형`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므로 자연스레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설계할 능력이 있는 은행이 경쟁력있게 된다는 논리다. 시행 초기에는 도매(기업) 상품으로 여겨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매(개인) 상품이 되고, 따라서 접근성이나 편리성이 금융사 중 최고인 은행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것. 2002년부터 퇴직연금이 도입된 일본은 2004년 기준 은행이 55%, 보험 45% 시장점유율을각각 기록했다. 이를 들어 한 시중은행 퇴직연금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장이 여러모로 일본과 비슷한 면이 많고, 노령화 추세도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비슷한 시장 변화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도 은행권의 주요 공략처가 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이미 보유한 전국적인 지점과 거래 관계를 쌓은 중소기업 정보를 발판 삼아 퇴직연금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Active Sen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