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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될 ‘초장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사람은 180세까지 살 수 있을까? 현미경 속에서 지렁이처럼 생긴 벌레가 우글거리고
있다. 흙 속에 사는, 길이 1mm의 선충이다. 보통 선충의 수명은 20여 일인데 이 선충은 30일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도쿄 노인종합연구소의
시라사와 다쿠지 부장은 “태어나기 전에 활동 리듬을 제어하는 clk-1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방법으로 성장과 노화를 통제해 다른 선충보다 1.5배
오래 살 수 있게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생체 리듬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clk-1 유전자는 실험용 쥐와 인간에게서도 발견됐으며, 선충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 같은 효과를 얻었다. 시라사와 부장은 “인간도 유전자를 조작한다면 최고 수명보다 1.5배 더 사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사람은 1997년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 여성 잔 칼망 씨로, 인간의 최고 수명도
120세가 정설이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인간의 최고 수명은 120세의 1.5배인 180세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인간의 유전자 길이는 선충의 2배에 불과해 큰 차이가 없지만, 면역체계를 비롯해 생명활동의 구조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며 많은 요소가 노화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라사와 부장은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사람도 운동량을 줄이거나 성장을
늦추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장수한 선충을 관찰한 결과 3일 만에 성충이 되는 일반 선충에 비해 장수 선충은 성충이 되는 데 6일이
걸리고 생체 리듬도 늦었다. 시라사와 부장은 “ 아무래도 느긋하게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슬란드의 평균 수명은 앞으로 분명히 늘어날 것입니다.”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장수 국가인 아이슬란드의 구르나르슨 보건부
사무차관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이슬란드는 총인구가 겨우 27만 명 정도이며 민족의 이동이 적고 어느 집에나 가계도가 있어 아주 먼 선조까지
쉽게 짚어낼 수 있다. 이러한 혈통의 이점을 장수사회에 활용하고자 아이슬란드 정보는 전 국민의 건강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병력과 수술, 투약 기록 및 유전자 정보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일괄해서 관리하는 것이다. 구르나르슨 차관은 또한 “유전자 해석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질병 예방에 활용할 경우 의료비를 절약하고 국민의 건강한 삶을 도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많은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예방 치료를 하는 것이다. 또 국가와는 별개로 민간 기업인 ‘디코드’도 독자적으로 전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유전자를 채취해 당뇨병과 암 유전자를 알아내는 연구를 하는 등 아이슬란드는 ‘유전자 특구’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국민을 실험용 쥐 취급한다’는 비판도 거세지만, 이번 취재에서 만난 당뇨병으로 한 쪽 발을 잃은 하루무티슨 씨는 “젊었을 때 미리 누군가 내게
당뇨병이 걸릴 확률이 높다는 걸 알려주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라며 건강을 우선하는 입장을 보였다. 구르나르슨 차관 역시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결과를 통보받을지 결정하는 것도 본인의 선택 사항입니다”라며 건강 지원책의 안전한 운용을 강조했다. 20세기 들어
세계의 평균 수명은 약 30년 증가했다. 도쿄 노인종합연구소의시라사와 부장에 따르면 평균 수명의 증가는 항생 물질과 백신의 발견 덕분이라고
한다. 2003년 간이 생명표에 따르면,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남자 78.36세, 여자 85.33세이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시라사와
부장은 “게놈 해석이 진전되어 예방의학이 발달하면 동맥경화 등 생활 습관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아져 21세기 중반까지 수명이 10년 정도 더
늘어날 것입니다. 더욱이 현 단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의학이 발달해 21세기 후반에는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될 것입니다”라고
예측했다. 2050년에는 평균 수명이 94세, 2100년에는 104세가 되어 2명 중 1명은 100세를 넘길 것이고 현재 50세인 사람 중에서도
상당수가 100세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시라사와 부장은 “현재 100세까지 산 사람들은 오래 살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장수
엘리트입니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보통 사람도 100세를 맞는 시대가 옵니다. 그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라며 초장수 시대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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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
현의 중심부에 위치한 온나무라는 아름다운 사막해안으로 유명해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이 마을에 사는 히가 가쓰요시 씨는 1890년 6월
생으로, 이미 백수 노인 대열에 접어들었으며 첫째 아들 내외와 손자 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99세 때 ‘전립선비대’ 진단을 받았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으며, 지금도 가족들과 장 보러 가는 것을 즐기고, 특히 귤 따기와 축제 구경을 좋아한다고 한다. 또한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오후 8시에 잠자리에 들고, 날씨가 좋으면 집 근처 밭에 나가 밭일을 한다. TV를 보는 것도 아주 좋아하는데 특히 뉴스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야채와 고기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고, 몸을 자꾸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는 히가 씨의 목표는 120세까지
사는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수명이 다할 때 조용히 눈을 감는다.’ 과연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이런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이에
관해 예측한 통계가 있다. 이른바 ‘건강 수명’이라는 것인데 평균 수명에서 병이나 부상으로 요양하는 기간을 뺀 나이, 즉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 기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2002년 세계보건보고’에 따르면, 2001년 일본인의 건강 수명은 남성이 71.4세, 여성이
75.8세였다. 남녀 모두 세계 1위인데 평균 수명과의 차이를 단순 계산하면 남성은 6.5년, 여성은 8.9년을 아픈 상태에서 사는 셈이다.
일본인의 3대 사망 원인은 암, 심근경색 등의 심장 질환, 뇌졸중 순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많은 것이 치매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5~10%가 치매이며, 현재 1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알츠하이머병이 심각하다. 따라서 노년기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매를 어떻게 예방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이다. 노인 의료 선진국인 스웨덴의 카로린스카 연구소의 빈 브라도 교수는 “암이나
뇌졸중과 달리 알츠하이머병은 쉽게 사망하는 병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발병률을
4%만 감소시켜도 연간 400억 크로나(6,000억 엔)의 수발 비용을 경감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발병을 늦추는 효과와 치료 효과를 두루 갖춘
약을 개발 중인데 5년 후에는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에 덧붙여 “암과 뇌졸중도 가까운 장래에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평균 수명은 거의 100세까지 연장됩니다”라고 말했다. 암에 대해서는 유전자와 세포 단위에서의 접근이 진전되어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하는
약, 암세포를 자살시키는 치료, 면역 기능을 활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빈 브라도 교수는 “최후에 남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언젠가는 극복됩니다.이제 세계 각국은 병의 치료보다는 예방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장수의
목적은 단지 오래 사는 것만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오사카 시립대학의 사회복지과 시라사와 마사카즈 교수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시설이나 제도의 확충보다 개인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오사카
다카이시 시에 사는 하무로 미치코 씨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하무로 씨는 83세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국내 최종 예선에서
마에하다 히데코 씨에게 패해 출전하지 못하게 됐지만, 17세로 은퇴하고 50년 후인 67세의 나이로 마스터즈 선수권에 출전해 일본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현역 수영 선수로서 지금도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하무로 씨에게 “어떻게 해서 그렇게 건강하십니까?”라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아서 건강한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음식은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더 이상 감격할 일이 없다면 인생도 끝난 겁니다. 나이를 먹어도 제 즐거움은 전혀 늙지 않아요.”
 일본의
사사카와 스포츠 재단이 조사한 ‘스포츠 라이프 데이터’에서 70대들은 걷기, 체조 등 혼자서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선호했다. “나이를 먹어서까지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고 싶지 않다. 운동 정도는 자유롭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한 70대 남성의 얘기처럼, 기존의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1994년에 ‘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사회)’가 되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면 ‘초고령사회’인데 2025년이 되면 25%를 돌파해 1994년의 2배 수준인 28%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초고령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고령사회 ‘선진국’인 스웨덴의 ‘베르가 노인센터’에서 살고 있는 헤레나 에릭슨 씨(84세)의 아담한 방에는 낡은 TV와 서랍장이 놓여
있다. “이 의자는 죽은 남편이 결혼기념일에 사준 겁니다.” 노인은 의자의 천만 여러 차례 바꾸면서 계속 애용하고 있다고 했다. 전동침대 이외의
가구는 모두 에릭슨 씨의 물건이다. 양로원 측이 가능한 한 입주 전과 비슷한 환경이 되도록 배려해주고 있었다. 헤레나 에릭슨 씨는 80세 때
건강을 잃어 ‘완전 개호(생활하는 데 전면적인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100% 수발 지원하는 것)형’인 이 양로원에 입주했다. 완전 개호라고는
하나 식사 이외의 신변 일은 모두 스스로 해결한다. 헤레나 에릭슨 씨는 “아파트에서 혼자 살 때보다 훨씬 즐거워요. 특히 이 사람이 내 딸
같아서 휴일이라 안 올 때는 쓸쓸해”라며 담당 여성 개호사(23세)에게 가만히 볼을 댔다. 한 층에 8명이 입주해 있으며, 식사하는 방과 TV
보는 방 주위로 개인 방들이 둘러싸고 있다. 낮에는 개호사가 2명, 밤에는 1명이 상주하며, 입주 비용은 월 2,638크로나(약 4만 엔)로,
연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조금이 나온다. 영 올드(YOUNG Old), 언뜻 보면 모순인 것 같은 이 단어는 미국 시카고 대학의 B.
뉴가튼 교수가 제창한 것으로, 65세부터 75세 미만의 고령자를 가리킨다. 75세 이상은 올드 올드(Old Old)이다. 노인은 몸도 쇠약하고
정신도 흐릴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75세 미만의 고령자는 상상 이상으로 체력도, 지능도 젊은 사람 못지않다. 후생노동성의 2002년도
판 <고령사회 백서>에 따르면, 65~74세 노인 중 집에서 요양 서비스를 받거나 노환으로 몸져누운 사람은 약 200명 중 1명
정도뿐이며, 75세 이상에서도 약 6분의 1에 불과하다. 또 5명 중 1명 이상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지능의 측면에서도 단순한 기억이나
스피드가 요구되는 지능은 10대 이후 쇠퇴하지만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지능,지혜, 기술 등은 60대가 되어도 계속 발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혼율, 미혼율이 높아지고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매년 6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즉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령자가 지능, 체력, 경제력을 활용해 얼마나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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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도옥란 PHOTOGRAPH 이미지클릭 COOPERATION <100세
시대>(은행나무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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