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프리즘] 교육의 그레샴 법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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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우리 국민의 중요한 관심대상이고 생활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칼질을 해대는 바람에 학부모와 학생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요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이번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에 대한 찬반 논란이 그것이다. 학교자율화의 주요내용을 보면 석차에 따라 우열반 편성, 0교시와 야간 보충 자율수업, 방과후 학원강사 수업 허용, 수준별 특정대학 진학반 편성 등이다. 또한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이 임명하던 교장과 교육장, 소속 국장, 장학관등 임용이 교육감에게 대폭 권한이 이양되었다. 이미 오래 전 예견된 내용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율과 경쟁이다. 과거와 같은 획일적인 평준화 교육이 아닌 지역과 학교가 스스로의 권한과 책무를 가지고 교육 방향에 대한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수준별 이동 수업과 우열반 편성으로 학교여건에 따라 자유로운 학사 운영이 가능해졌다. 또한 수능이후 교육과정 운영은 개별 학교의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전면적으로 확산될 것이며 당장 수능등급제가 폐지되고 대학의 자율화를 의미한다. 한발 더 나아가 개방이사제와 학교자치기구로 홍역을 치렀던 사학법을 18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재개정하자는 움직임이 그 요체다. 어느 일간지에 교육을 '존 그레샴의 법칙'에 비유한 사례를 보았다. 이는 화폐경제학에서 다른 화폐가 동일한 명목가치를 가진 화폐로 통용되면, 소재 가치가 높은 화폐는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소재가치가 낮은 화폐만 유통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 사회 현상에서는 대체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으면 좋은 것이 오히려 사라지고 나쁜 것이 살아남는 현상을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짝퉁과 진품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경쟁을 시켜 선택을 하게 하면 짝퉁이 진품을 밀어내고 유통되다가 언젠가는 진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경우이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즉,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교육에는 절대로 이 '그레샴의 법칙'이 통용되어서는 안 되지만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 또한 교육 분야인 것 같다. 사설모의고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면 사설모의고사를 허용하는 학교만 살아남게 된다. 우열반 수업과 수준별 반 편성 부활은 그동안 자본주의 병폐로 지적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교육의 양극화로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자칫 좋은 목적과 의도를 가진 양화가 제도나 정책 때문에 악화에게 밀려나는 것은 옳지 않다. 학교를 자율화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오랜 숙원이며 희망이다. 그러나 방법에 있어서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우리 국민의 교육에 대한 열망은 60-70년대 가난한 시절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직장에서 사람답게 살수 있다는 인식 덕분에 사교육은 급성장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보다 학원을 더 신뢰하게 되었고 학원강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과거의 정권 모두가 방법은 다를 지라도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대중요법처럼 정책이 오락가락 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도와 정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회적으로 국민적 합의와 사고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대학을 가지 않고도 성공하는 행복한 사회,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들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 박상하 (나주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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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4월 25일 (30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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