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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칼럼

고객이 OK할 때 까지

by changebuilder 2007. 12. 24.
[투데이 프리즘] 고객이 OK할 때 까지

 

 

요즘 협치(governance)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협치의 사전적 의미는 “통제나 권위를 적용 대상에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통치의 행위나 방식 또는 규제체제”로 정의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국정운영을 위한 정치적 권력행사” 또는 “발전을 위해 한 국가의 경제·사회적 자원들을 관리하는 권력행사의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유엔개발기구(UNDP)는 협치란 한 국가 내의 모든 수준에서 국정을 관리하기 위해 경제적·정치적·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협치는 기존의 행정 이외에 통치를 위한 제도, 방법, 도구는 물론 시민과 정부의 관계 및 국가의 역할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 박상하 교수
협치의 개념은 오늘날의 행정이 시장화, 분권화, 네트워크화, 기업화, 국제화를 지향함에 따라 종래의 집권적 관료 구조에 바탕을 둔 전통적 행정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여러 기관이나 학자들마다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어서 아직까지 통일된 개념은 없지만 협치의 내용과 구성은 거의 비슷해 보인다.

협치는 본질적으로 시민참여를 기본요소로 한다. 과거 관료주의적이며 권위주의적인 시대의 형식적인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의미한다. 시민참여의 대표적인 활동주체는 시민사회단체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법적 장치를 통해 민?관 협력의 협치를 시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주민생활지원서비스 행정개편이었다.

행정자치부는 작년 6월부터 시작하여 올해 7월까지 전국 시,군,구를 3단계에 걸쳐 조직개편을 실시하였다.

한마디로 모든 행정이 지역주민을 위한 조직으로 바뀌는 것이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중심으로 고객이 OK할 때까지 서비스를 다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시민참여는 말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될 일은 더욱 아니다.

지방이 자치를 넘어 협치로 가야하는 길목에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본격적으로 시행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자치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자치는 없는 것 같다. 과거에는 중앙정부에서 모든 것을 지시하고 계획했지만 이제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만들고 논의하여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재정자립도가 빈약한 지방에는 전문가와 인력도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민관협력의 구조라는 협치를 강조하는 것 같다.

사회복지분야의 민관협력 구조는 법적 제도적 장치로 지자체별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역주민에 의한 자발적인 조직이라기보다는 법적 강제기구라는 한계성 때문인지 운영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새롭게 등장한 또 다른 민관협력 구조가 주민생활지원서비스 민관협의체이다. 이번에는 행정자치부가 주민생활의 편의를 위해 사회복지분야를 포함한 8대 분야를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하던 일도 멍석을 깔아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들만의 영역과 구조를 만들고 타인을 배제시키는 문화는 지방화시대에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중 하나이다. 하던 일에 멍석을 깔아주면 일이 더 잘되게 하는 방법과 구조를 만들어야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상호존중과 상생의 미덕을 발휘하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우리가 이런 소지역주의나 개인주의적 사고로부터 벗어날 때 협치는 가능하다. 어차피 지역의 문제는 지역주민이 풀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지역 내에 건전한 시민사회단체의 육성은 민관협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건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자치의 역량과 협치의 수준을 판단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지역 내에 존재하는 각종 위원회나 민간단체 그리고 협의체 기구들을 민관협의체라는 전체의 틀로 묶어내는 협치 구조와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상하(나주대 교수)
parksh@naju.ac.kr

 

나주투데이 minjuk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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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4일 (2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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