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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칼럼

사학분쟁조정위원에게 미리 쓴 편지

by changebuilder 2007. 9. 19.
 
광주일보 2007.9.19(수)  19면 오피니언
 
[은펜칼럼]사학분쟁조정위원에게 미리 쓴 편지
조만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위헌논란과 함께 사학법 전운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학법 개정은 결국 정치적 야합으로 온 국민의 열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이제는 기억마저도 희미해지고 모두가 대선의 계절에 심취해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이런 개악된 사학법에 근거하면 현재 임시이사가 파견 중이거나 분규가 진행되는 사학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왜냐하면 임시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 또는 학교법인 정상화에 관한 중요 사항을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교육부가 수용하도록 강제규정을 두고 있어서 비리나 분규사학들은 이들에게 모든 운명을 맡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원이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현재 대통령이 3인, 국회의장이 3인, 대법원장이 5인을 추천하고, 임기 2년으로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게 하였다.
더욱 이상한 것은 위원의 자격기준이다. 대부분 판 검사나 변호사 및 대학 총 학장 등 지도층인사로 각 분야의 경력 15년 이상인 자로 못 박아 놓았다.
대법원장이 과반에 가까운 5인을 추천하도록 하고, 위원장도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호선하도록 한 것은 국가 기관 구성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사법부가 보수 기득권 세력의 충실한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작금의 현실을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한 교육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할 교육시민단체 대표를 배제하였고, 교육의 공급주체인 초중등 교사 대표까지 배제하였다. 이는 15년 이상 이라는 기준도 문제지만 대학교수는 포함하면서 교사를 제외했다는 것은 전교조를 의식한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으며 국민의 평등권과 참정권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입법 예고된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9조의8은 학교구성원이나 이해관계인에 대한 의견청취를 임의적인 절차로만 규정함으로써 비난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분쟁이나 법적 다툼이 있을 때는 당사자 우선주의가 설득력 있게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사학의 구성원과 이해관계인에게 의견진술이나 청문권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마땅하다. 개방이사제도가 사실상 포기된 상황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진술권마저 확보되지 않는다면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와 관련하여 보수 기득권층의 개입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되고, 비리로 쫓겨났던 구 재단들이 복귀할 수 있는 길은 더 넓어졌다고 할 것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이 되려면 우리나라 사학의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그것을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윤리적인 책임감의 소유자가 가장 큰 자격요건이 되어야 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은 사학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이라는 공익성에 철저히 입각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추천권자의 권위와 명예를 걸고 공개된 인물 풀을 통해 정말로 국민들이 검증하고 공감하는 인사가 위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칫 교육부의 잘못된 판단에 면죄부를 주는 모양 갖추기 위원회가 되지 말기를 간곡히 바랄뿐이다.

/박상하 나주대 교수·2007년 1월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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