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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e Senior

노테크 1

by changebuilder 2005. 10. 20.
[세계의 고민 - 노(老)테크] 상. 한국 "믿을 건 부동산"
미·일, 주식·펀드·연금
노후 대비 투자 어디에 … 4개국 1927명에게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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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3년차 은행원인 가브리엘라(31·여)는 올 초 처음으로 적립식 개인연금에 들었다. 넣는 돈은 한 달에 약 250스위스프랑(약 20만원). 세계 최고 수준의 노후 복지가 보장된 스위스지만 급속한 고령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은퇴 후 전혀 일을 하지 않아도 넉넉히 살 만큼 국가가 충분한 연금을 준다. 그러나 20년 뒤엔 한 명의 근로자가 두 명의 퇴직자를 부양해야 한다. 그는 “국가가 보장해주는 노후는 아버지 세대로 끝났다”며 “우리 세대엔 스스로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 고 말했다.

#2. 중견기업 임원인 최모(52)씨는 요즘 노후 걱정에 잠을 설친다. 서울에 5억원 짜리 아파트와 2억원의 예금이 있지만 큰딸 결혼자금과 대학 1학년생인 둘째 딸의 학비·결혼자금을 빼면 퇴직 후 남는 돈이 많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상담한 금융회사의 한 컨설턴트는 “집을 팔아 여유 자금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최씨는 “집값이 떨어진 적이 없는데 팔면 손해 아니냐”며 되레 부동산 투자로 큰 돈을 챙길 궁리에 골몰하고 있다.


노후가 걱정되기는 지구촌 어디나 마찬가지다. 고령화와 저금리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불안해 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노후 생활에 대한 전망과 준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본지 특별취재팀은 영국계 은행인 HSBC와 공동으로 한국과 미국.일본.싱가포르 국민 19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20여 일간의 해외 현지 취재로 이들의 고민과 해법을 들어봤다.

◆ "부동산 선호 여전"=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현 추세라면 2050년 한국이 세계 최고 고령국이 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그때쯤이면 15~64세 인구에 대비한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이 69%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인의 노후 준비는 소홀한 편이고 그나마 부동산에 치중하고 있다. 한국인 열 명 중 여섯 명은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고 했지만, 방법으로는 부동산 투자(34.5%)와 은행 예금(24.7%)을 선호했다. 노후 대비를 위해 더 늘리고 싶은 투자 대상도 부동산(45.8%)이 단연 1위였다. 뿌리 깊은 부동산 선호가 노(老)테크에서도 여전했다. 주식과 채권 등 직.간접 투자로 노후를 준비 중인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도 안 됐다.

반면 미국은'주식.채권이나 펀드(35.3%)'를, 일본은 연금(44.7%)을 가장 바람직한 노후 대책으로 꼽았다. 전통적으로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일본 역시 "주식 등 투자가 가장 바람직하다"(22.7%)가 한국(5.9%)보다 네 배가량으로 많았다. 대신 부동산 투자를 늘리겠다는 사람은 7.3%에 그쳤다. 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금연구센터 소장인 올리비아 미첼 교수는 "부동산 등 특정 자산만으로 노후에 대비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예금과 주식.채권.보험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양화해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열 명 중 여덟 명은 "노후 불안"=한국인의 78.1%가 "안락한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회보장이 취약한 데다 개인의 준비 역시 부실하다는 게 이유다. 일본도 비슷했다. 네 명 중 세 명꼴(76%)로 노후가 풍족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는 더 심해 다섯 명 중 네 명(80.7%)이 현재 정부 지원과 개인 준비로는 안락한 노후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다. 절반 이상(53.2%)이 정부 지원과 현재 모으고 있는 노후 대비 자금만으로도 여유 있는 노후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증권업협회 글로리아 탈래메스 교육국장은 "사회보장과 기업연금(401K) 등 사회 안전망에 대한 신뢰가 있는 데다 주식.채권 등 다양한 투자 마인드가 일상화한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특별취재팀=표재용.나현철.이승녕 .김영훈 기자<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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