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하의 blog
부자들은 당신의 가난에 관심없다 본문
우리는 복지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혀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 국가의 역할은 소득재분배의 기준을 정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것일 것이다. 결국 복지는 분배와 할당의 문제이다. 어떤 학자는 분배를 사회정의라고도 평가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국가는 세금을 걷어 지출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부자 그들은 누구인가. 과거의 부자는 왕이나 귀족 등이 소유한 토지와 잉여농산물 등이지만 최근에는 모든 분야를 점령하고 있다. 자본은 말할 것도 없이 정치와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막강하다. 부자들의 권력에 맞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부자들의 증가는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를 발전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자본력을 이용한 권력 정복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부자들은 강력한 사회적 주체로 부상하고, 세계적 권력도 갖고 있다.
우리는 경제가 발달해도 빈부격차는 줄지 않고 실업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속에 살고 있다. 부자들의 부의 편중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많은 복지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프랑스에서 발간된 ‘부자들의 역습’이란 책의 저자는 이런 불평등의 해결주체는 바로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들이라고 주장한다. 국가의 강력한 조세제도와 법적인 복지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시민의 연대와 NGO 단체의 역할을 꼽는다. 토마 피케티는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불로소득이나 자본소득에 글로벌 누진세를 제안하였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용인되기 때문에 불평등은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부자들의 재산가치는 7~8% 성장하는 반면, 세계 총생산은 5% 성장하는데 그친다면 돈이 돈을 벌어준다는 말은 틀린게 아니다. 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은 국가권력밖에 없다. 그런데 국가권력마져 부자들의 점유물이 된다면 공정한 사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라도 가난은 구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오늘날에는 최소한 국가의 책임이며 의무로 인식된다. 법과 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이나 부자들 스스로 가난을 돌보게 한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 부자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모든 계층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고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이타심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제학자 마티아스 슈터교수는 실제 돈을 갖고 수백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그의 관심사는 부의 분배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때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느끼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는 국가가 부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면 안되고 자발적 분배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집단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나눔의 본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행동경제학 연구결과에서 우리는 인간이 분배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부가 얼마인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이 남보다 불공평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훨씬 못한 대우를 받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을 때 마음 편안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최후통첩 게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노력을 통해서 얻은 수익에 대해서는 분배의 차이를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불공정한 게임에 대해서는 손해를 감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제는 부자들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이다. 똑같은 억만장자여도 아프리카의 에이즈퇴치와 사회개혁을 위해 자기재산을 기부한 부자가 있는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요트를 구입한 부자를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스스로 자문해볼 일이다.
2016.5.23. 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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