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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칼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라

by changebuilder 2014. 7. 18.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라


 


  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않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면 더더욱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는 직업이나 재산 소득정도에 따라 부과체계가 달라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 부과기준을 소득중심으로 바꿀려는 논의가 한창이다. 건강보험은 국가의 중요한 사회보험이기때문에 기본적으로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하고 혜택은 전국민 모두가 차별없이 누리는 사회복지제도이다. 그런데 지금의 건강보험료는 경제적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예를들어 재산이나 소득이 비슷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부담하는 보험료도 당연히 비슷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직장인과 자영업을 하는 사람의 부과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보험료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부과하지만 자영업자인 지역가입자는 소득 파악율이 낮다는 이유로 소득이외에 성별·연령·자동차·재산 등을 따져서 부과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자영업자가 더많이 부담한다. 실직이나 은퇴 후 지역가입자가 된 경우 소득은 감소하나 보유한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상승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한 직장가입자의 부모는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혜택을 누리지만 무직자의 부모는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직장가입자가 출산을 하면 보험료에 변동이 없지만 지역가입자는 인상요인이 된다. 직장인간에도 다른 소득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경우에는 불공평이 존재한다.

  현행 건강보험료의 부과체계는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위험을 보장하는 기본원리와도 맞지않다. 전 국민에게 돌아가는 건강보험 혜택은 동일한데 직업이나 재산에 따라 차별대우를 받는다면 어느 누가 이런 부과기준을  따르겠는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질병이라는 사회적위험에 국가가 집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만든 우수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과거 오랜 진통속에서 만들어진 전국단일의 표준적인 보험료체계를 만든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의료민영화와 민영보험 도입 등으로 전국민 건강보험체계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불공정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현재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학생이나 노인과 같이 소득이 없는 사람 또는 연간 종합소득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4원화 되어 7개 그룹으로 부과기준이 다르게 적용된다.

현재 4원화된 부과체계는 89년 10%에 불과한 소득자료 확보율 때문에 불가피하게 설정하여 적용돼왔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율이 92%로 수준까지 높아졌는데도 여전히 종전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실제로 현행 부과체계 하에서 소득과 재산, 자동차 등이 비슷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그리고 직장피부양자의 보험료 부담을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강남의 고급아파트에 사는 노인의 경우 직장 피부양자로 적용받으면 보험료는 한푼도 안내지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에 약 4배의 차이가 난다. 이렇게 복잡하고 불공평한 부과체계 때문에 한해 5,700만건의 민원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소득중심으로 바꾸자는 것인데 또다른 차원의 문제가 남아있다. 재산을 기준으로 하든, 소득을 기준으로 하든 국민들의 불만은 제대로 된 소득이나 재산을 파악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문제는 자연스럽게 소득파악 문제로 귀결된다. 소득파악을 제대로 하려면 국세청의 과세자료가 정확하고 국민들은 소득을 성실하게 신고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보험료가 많고 적음의 문제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차별적 대우와 부과기준의 모호함은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소득 단일기준으로 할지, 소득중심 최저 보험료를 설정할지, 소득과 재산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지는 보다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의 하나이며 인간다운 생활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이다.

 

2014.7.18 건강보험공단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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