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10년, 국민의식 어떻게 변했나 ![]() ![]() ![]() ![]() ![]() ![]() ![]()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사발연)가 11일 발표한 ‘IMF 10년, 한국사회 어떻게 변했나’는 국민의식 변화를 ‘사회의 질’ 차원으로 분석한 것이다. 사회의 질은 사회경제적 안정성, 사회적 응집성, 사회적 포용성, 사회적 활력성(역능성) 등 네 가지 차원에서 국민의식을 들여다보는 방법론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한국인의 국민의식은 안전 신뢰 포용 활기와 같은 긍정적 신호보다 불안 불신 분열 무기력이란 부정적 신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진단은 국민의 주관적 의식을 토대로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나 1인당 국민소득 증가 등 여러 지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식 속에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주면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불안 사회
외환위기 전후 경험한 일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가 소득 감소를 꼽았다. 자산 감소(36.2%), 실업(19.2%), 건강 악화(15.4%)가 뒤를 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와 현재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감소한 것도 소득(35.6%), 자산(28.6%), 직업 안정성(23.1%), 가족 유대(9.9%)로 조사됐다.
위험 및 불안 요소 중에는 경제의 비중이 가장 컸다. 10년 전에는 급격한 경기 변동에 대한 두려움이 컸으나 현재는 취업난·실직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도 직업 안정성(55.7%)이 1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보수(2위·14%)와 ‘적성과 흥미’(3위·12.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10년 뒤 불안 요소로는 환경오염, 기상이변, 노후대책 미비 순으로 나타나 신종 재난과 고령화에 대한 걱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복지제도 확대에 대한 목소리로 이어졌다. 복지제도에 대해 63.2%가 확대돼야 한다고 했으며 감소 의견은 2.4%에 그쳤다.
장기적 국가 목표 1, 2순위를 꼽는 질문에 대해서도 경제안정(87.9%), 높은 경제성장(84.9%), 물가 인플레이션 억제(79%), 사회질서 유지(66.8%) 등 현실주의나 물질주의 가치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좀 더 인간다운 사회로 발전(61.8%), 환경개선(52.8%), 직장에서의 발언권(28.2%) 등 이상주의 내지 탈(脫)물질주의적 가치는 뒤로 밀려났다.
이번 조사를 1981∼2005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실시한 세계가치조사와 비교하면 물질주의자의 비율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56.9%로 급증한 뒤 2005년 36.7%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2007년 50.4%로 다시 반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다.
불신 사회
‘사람들을 대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응답은 1996년 세계가치관조사 때 69.7%에 비해 61.5%로 조금 줄었다. 일반인에 대한 불신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조사 결과다.
그러나 조직과 제도에 대한 불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문(34%→30%)과 비정부 부문(50.5%→44.8%)으로 나눠 볼 때 1996년과 비교해 양쪽 모두 신뢰도가 하락했다. 다만 비정부 부문이 정부 부문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인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도가 낮은 기관은 정당(2.9%), 국회(3.2%), 행정부(8%), 사법부(10.1%) 순으로 꼽혀 권력 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전에는 비교적 높은 신뢰를 얻었던 곳들도 큰 폭의 신뢰 하락을 보였다. 하락 폭이 큰 곳은 시민단체(48.8%→21.6%), 경찰(47.5%→24%), 노조(31.9%→10.6%), 언론(28.8%→13.3%), 종교단체(31.7%→16.5%) 순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신뢰도가 오른 곳은 군대(26.8%→33.9%)였다.
10년 전과 비교해 가족응집력도 크게 약화됐다. 통계청의 사회 통계 결과에서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이 1998년에서 2006년 사이에 33.6%에서 25.7%로 감소했으나 ‘자식을 위해 이혼하지 말아야 한다’에 대해서는 1996년 사발연 조사 때 57.3%에서 50%로 줄어들었다.
노부모 부양을 자녀가 책임져야 한다는 시각도 89.9%에 63.4%로 크게 줄어든 반면 사회 공동의 책임을 강조하는 시각은 2%에서 26.4%로 급증했다.
생존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도 1998년 15.7%에서 2006년 12.9%로 줄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10년간 자산 줄었다” 36.2% “늘었다” 15.2%
분열 사회
외환위기가 자산이 증가한 소수와 자산이 감소한 다수로 나뉘는 양극화의 분기점이 됐음을 보여 주는 지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자산이 줄었다고 응답한 이는 36.2%, 변화가 없다는 이는 48.6%, 늘었다고 답한 사람은 15.2%였다. 세 그룹 중 자산 감소 그룹은 소득 감소(56.3%), 직업안정성 감소(37.1%), 부채 증가(33.2%) 등 ‘부정적 경험’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산증가 그룹은 소득 증가(52.9%), 가족유대 증가(29.4%), 부채 감소(24.2%), 직업안정성 증가(19.6%)와 같은 긍정적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발연이 응답자들을 교육 직업 소득 등을 기준으로 핵심적 중산층(30.1%), 주변적 중산층(26.7%), 하층(16.2%)으로 분류한 결과 자산의 증감 여부가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 모든 계층이 건강을 1순위로 꼽았으나 가족의 가치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핵심적 중산층은 배우자와의 사랑(12.9%)이 자녀 성공(10.6%)에 비해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하층은 배우자와의 사랑(4.9%)보다 자녀 성공(18.4%)을 훨씬 중시했다.
사회적 성공의 조건에 대해서도 모든 계층이 돈을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으나 중산층은 학벌(39.9%)을, 하층은 개인의 노력(26.4%)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했다.
핵심적 중산층과 자산이 늘어난 사람들은 저축 보험 펀드 주식 부동산 등 다른 집단에 비해 투자가 적극적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펀드에 대해선 핵심적 중산층의 38%가 투자한 반면 하층은 14.1%만 투자했다.
부동산에서 계층별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부동산 투자자는 핵심적 중산층이 16.5%인 데 비해 하층은 4.9%에 머물렀다. 자산이 증가한 사람의 23.5%가 부동산에 투자한 데 반해 자산이 줄어든 사람의 10.4%만이 부동산에 투자했다.
무기력 사회
외환위기 이후 불안과 불신 의식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면서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환위기 전인 1996년 사발연 조사에선 응답자의 41.1%가 중산층에 속한다고 답했으나 2007년 조사에서는 28%만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10년 전에는 10명 중 4명이 중산층이라고 답한 데 비해 지금은 10명 중 2, 3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실제 중산층 비율과 큰 격차를 보인다.
중산층의 비율은 홍두승 서울대 교수의 2003년 조사에선 핵심적 중산층(32.5%)과 주변적 중산층(29.9%)을 합쳐 62.4%, 조동기 동국대 교수의 조사에선 핵심적 중산층(35.4%)과 주변적 중산층(31.5%)을 합쳐 66.9%로 조사됐다.
홍두승 조동기 교수의 조사와 이번 조사를 비교하면 우리 국민은 핵심 중산층에 속하는 이들조차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셈이다.
직업이 가져다 주는 소득, 안정성, 업무만족도, 관계만족도 등을 종합한 직업만족도도 10년 전에 비해 ‘보통 이상’에서 ‘보통 이하’로 떨어졌다.
1996년 사발연 조사에서 5점 만점을 기준으로 3.09였던 소득만족도가 이번에는 2.69로 ‘불만’ 수준으로 하락했다. 직업안정성도 3.41에서 2.95로 떨어졌다. 일에 대한 내용 만족도(3.67→3.17)와 일자리 안에서 이뤄지는 의사소통과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도(3.78→3.27)도 ‘불만’에 가깝게 떨어졌다.
이런 무기력증의 확산은 최근 급증한 자살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9.9명으로 급증한 뒤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01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05년 현재는 26.1명으로 늘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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