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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Policy

환란 10년-8

by changebuilder 2007. 11. 4.

<換亂 10년> ⑧경제 업그레이드의 묘안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이 율 기자 =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외환위기 10년을 맞아 국내 경제의 현 상황을 진단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근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에서부터 저출산과 성장동력 부진에 따른 경제 활력의 저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현실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기재발 방지와 우리 경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해법으로 안정적인 거시경제 운용과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 등을 제시했다.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우리나라에 대한 구조조정은 민간기업 구조개혁에 집중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훼손하고 국가-은행-재벌을 연계한 전통적인 한국경제시스템을 훼손했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일단 하던 분야를 업그레이드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독일은 섬유산업을 업그레이드 해서 도약한 결과 1990년대 초반까지 세계 5대 섬유수출국 안에 들었다. 우리나라도 5년 있으면 조선산업 등의 부문에서 중국에 추격당한다. 그 시간에 거기 투자해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크루즈선 부문에 뛰어들거나 전자기술을 선박기술과 연계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거나 해야 한다. 대기업들도 다각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굳이 버리면서 업그레이드에 나설 필요는 없다.

또 기업이 단기적 이윤에 집중하고, 인력을 줄이고, 연구개발을 안 하고 인수합병 위협을 줄이기 위해 배당을 많이 하는 현상을 바꿔 자본.고용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못하게 하는 제도와 기업의 재투자를 장려하는 세제, 투기자금 유출에 대한 규제, 은행의 기업대출 장려제도 등을 통해 가능하다.

◇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규모 세계 12위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성장잠재력 하락과 급격한 성장 둔화라는 문제를 드러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이 중.장기 성장역량을 키우기 보다는 단기 위기관리에 치중한 것이 역기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거시경제운용과 경제체질의 개선이 필요하다. 재정적자나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을 운용하고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외부충격을 흡수해야 하며, 해외투자에 대한 환리스크 요인의 점검과 관리도 해야 한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규제를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불법 노사분규에 대해서는 법을 엄정히 집행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노력하는 한편 혁신과 창조의 능력을 갖춘 핵심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 = 외환위기 극복 이후의 성공은 반도체, 철강, 조선, IT 등 일부산업에서 특정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경제전반적으로 볼 때 외환위기 극복이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 양극화라는 또 다른 형태의 위기를 잉태했다. 참여정부 들어 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부동산 세제 개혁 등 갖가지 균형 정책을 폈지만 이는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자산가격 상승을 유발해 오히려 양극화를 확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먼저 금융시장의 구조적 안정을 꾀해야 한다. 가구당 평균 4천5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어 총 가계부채 규모가 700조원에 가깝다. 이런 상태에서 美 서브프라임 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 따라서 사태를 예의주시하여 금리와 환율을 선제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막는 법적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세금정책을 개선하여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출금을 상환하고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여기에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서둘러 금융시장운영을 선진화해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경제규제를 과감히 풀어 과잉유동성을 산업자금으로 흐르게 하고 투자→고용→소비→투자의 선순환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에 성장의 활력이 솟으면 위기 가능성은 스스로 소멸된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나라 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국제적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 아직도 우리 경제는 IMF의 상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양적으로는 그동안 상당한 진전과 발전이 있었으나 질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이 남아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소득분배구조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던 대기업들은 이후 실적이 대폭 개선되었으나,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의 부채는 줄어들었으나 정부부채는 크게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위험기피 현상으로 인해 경제의 역동성이 약화됐고, 투자결핍으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약화됐다.

외환위기라는 극단적 상황을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 우선 기초체력을 보충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개방화에 발맞춘 지속적인 시스템 개혁으로 경제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것이다. 향후 노동인구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비위주의 전략에서 공격적인 경영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투자 활성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생산성을 높여 인구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또 외부충격에 버틸수 있도록 경제의 내성을 길러야 한다. 부진했던 내수를 활성화하고 가계부실 관리를 철저히 하는 동시에 소위 내수위축의 원인이 되고 있는 노후불안의 해소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적극적인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연금과 교육개혁은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니라 소비촉진을 위한 경제정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부동산 가격 안정도 내수여력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계층, 세대, 지역을 넘어서 경제주체 간 신뢰 회복도 중요하다.

◇ 이성규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 외환위기 이후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우리 경제가 위기를 벗어났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제2의 외환위기 같은 대형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경제는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로 흐를 수 있는 약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경기 상황적인 것이다. 유가, 금리, 환율의 흐름이 이미 불리하다. 대선과 베이징올림픽 이후 오버슈팅의 후유증이 현실화되면 한 차례 깊은 침체의 가능성이 있다. 한 발 앞선 자기조절이 절대 필요하다.

둘째, 금융시장의 역동성 훼손이다. 은행 중심으로 재편된 금융시장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많이 잃었다. 화두로 지적되는 투자은행(IB)이나 해외진출이 흐름을 주도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기업투자를 부추기려면 조달구조의 다양성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은행과 비은행 간의 균형발전을 전제로 한다.

셋째, 인구 구조적인 문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이미 시작됐다. 그 후유증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과 아시아 인력에 대해서 유연성과 포용력을 높여야 한다.

넷째, 기성세대는 집값 상승과 일자리 창출부족으로 젊은 세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를 풀어나가야 한다. 소득계층은 적극적으로 돈을 써야 하고, 자금 잉여의 기업들은 젊은 인력들이 뛰어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과 상상력이 충만한 인력과 학교에 과감히 투자를 늘리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 지금 우리 경제의 모습은 대외거래 면에서 안정을 되찾았지만 투자 기회를 발굴하지 못하고 저성장에 빠져있는 상태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금융기관들의 건전한 대출 관행과 기업들의 합리적인 투자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금융환경에 맞는 금융감독 정책을 실시하고 금융기관들은 가계 부실 문제가 확산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기업들은 너무 투자를 안 하는 게 문제일 만큼 리스크 회피 성향을 보이고 있다. 원화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경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역시 개방과 개혁이다. 과거처럼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성장을 이끌어 나가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와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고 있고 국내기업들은 오히려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개방되고 유연한 경제시스템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되고 혁신이 이뤄진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 정책과 함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규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새로운 아이디어를 쉽게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과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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