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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시대16

changebuilder 2005. 11. 15. 15:01
(퇴직연금시대)<3부>③황금 은퇴시장을 잡아라/자산운용
펀드 시대 도래..기대감 확산
뭉칫돈 굴리기..차별화가 관건
입력 : 2005.11.10 11:30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갓 열린 `펀드의 시대`가 퇴직연금에 이르러 활짝 핀다. 자산운용사들에게 퇴직연금 시장은 `황금의 기회`인 것이다.

올들어 열풍을 일으킨 적립식 펀드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근로자들의 `쌈짓돈`이 아닌 퇴직금이란 `뭉칫돈`이 펀드 시장에 몰려드는 것이다.

이 돈을 유치하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상품제공자로 시장참여.."모자형 펀드 중심"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산운용사의 역할은 상품제공자다. 운용관리기관이나 자산관리기관을 맡기에는 사실상 무리다. 인력과 자원 등 인프라가 보험사나 은행사, 증권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상품제공자로 퇴직연금 시장에 참여하고 향후 운용관리기관으로서 시장 참여기회를 엿본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운용사 본연의 다양하고 특화된 개발능력과 운용방식을 앞세워 상품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퇴직연금 상품도 운용방식에서 기존 상품과 큰 차이는 없지만 장기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안정적이고도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철성 미래에셋자산운용 관리대표는 "퇴직연금에 맞는 상품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대부분 모자(母子)형 펀드를 중심으로 새롭게 펀드를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한투자신탁운용과 우리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들도 마찬가지다.

모자형 펀드란 다수 개별 자펀드의 재산을 1개 이상의 모펀드에서 통합해 운용하고 자펀드는 모펀드의 수익증권을 편입해 운용하는 집중관리 형태의 펀드를 말한다. 모자형 펀드는 펀드자산을 종합해 운용함으로써 운용의 효율화를 높일 수 있고 다양한 펀드조합이 가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2차원적인 마케팅을 펼쳐라"

그러나 상품제공자로서 운용사들이 황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운용사별로 구상하는 상품도 거의 차이가 없고 전략도 비슷하다.

선진사례와 같이 가입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맞춤형 펀드와 위험자산 투자비중 제한에 따라 혼합형 펀드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기존 적립식 펀드에서 선보인 배당주·가치주·성장주·인덱스 펀드 등도 저마다 준비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그간의 운용실적과 펀드 브랜드를 무기로 보험사와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DB형과 DC형 모두 운용관리기관인 금융기관이 퇴직연금 고객에게 추천할 펀드상품을 정한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이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각오다.

권영건 마이에셋운용 사장은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점차 특화된 운용사들로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며 "특정 분야에서 수익률과 안정성이 받쳐준다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민심을 잡기 위해 운용사들의 마케팅 전략도 치열하다. 서현우 한국투자운용 마케팅 팀장은 "마케팅 인원이 금융기관에 지속적으로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PT)하고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최홍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도 "열명이 넘는 마케팅 인원이 퇴직연금 PT를 위해 금융기관을 숨쉴 틈 없이 뛰어다니고 있다"면서 "운용사가 그동안의 운용 실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1차원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퇴직연금과 관련된 컨설팅부터 마케팅, 교육, 전략 수립에 대한 부분까지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곳만이 차별화 전략에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계 vs 토종 운용사 대결도 주목

외국계 운용사와 토종 운용사간 경쟁구도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 운용사는 해외 연금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접목, 국내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긴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적으로 650조원 이상의 연금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피델리티를 필두로, 랜드마크투신, 세이에셋, 템플턴, 도이치 등 쟁쟁한 해외 운용사들이 국내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최기훈 피델리티운용 마케팅부장은 "피델리티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전세계적으로 최강자"라면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각종 연금서비스와 운용 노하우를 앞세워 국내 퇴직연금 시장을 점유한다는 계획이다.

연금운용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세이에셋도 국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범삼 세이에셋 기관마케팅부장은 "운용과 마케팅 역량이 장기자산에 포커스 돼 있다"면서 "장기자산 운용 노하우와 각종 투자자교육 시스템, 각종 컨설팅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기업 재무 분석을 통해 적절한 상품구조를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국내 운용사와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현재 대투운용 인수건을 협상중인 스위스계 UBS를 비롯해 수많은 해외 운용사들이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초반엔 특수관계 운용사 수혜 예상

시장 초반에는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운용사의 수혜가 예상된다. 규모가 큰 운용사 대부분은 퇴직연금 시장에 직접 뛰어든 모회사를 두고 있다.

대투운용은 하나은행과 대투증권, 한국운용은 한국투자증권, 삼성투신은 삼성생명·증권, 미래에셋운용은 미래에셋생명·증권, 우리운용은 우리은행과 우리증권, CJ자산운용은 CJ증권 등으로 엮여있다.

자회사인 이들은 일단 제휴를 통해 모회사인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에 펀드상품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관리기관이 기업이나 근로자에 제공하는 펀드 상품을 계열 운용사 상품으로만 구성해도 현 감독체제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모회사를 두지 않은 운용사들도 독립적이고 객관성을 지녔다는 강점을 살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상길 제로인펀드에셋 대표는 "초반에는 금융기관이 계열 운용사의 펀드를 많이 사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 수익률 차이가 많이 난다면 근로자의 입김에 따라 계열사에 전적으로 맡기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퇴직연금 운영구조[한국투자증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