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 Birth

애 안 낳는 사회2<벌써 드리워진 저출산 그늘>

changebuilder 2005. 10. 18. 22:26
애 안 낳는 사회] 2. 벌써 드리워진 저출산 그늘

군대-경찰, 벌써 '인력 싸움'
국방부 "현역 부족…전투경찰 줄여야"
백화점선 유아·완구용품 코너 폐지도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임산부 옷도 잘 안 팔린다. 한 임부복 전문업체가 서울 롯데백화점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임산부에게 옷값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방부와 경찰청은 요즘 신경전이 한창이다. 국방부는 "내년에 필요한 20세 남자의 병역 자원이 부족해 경찰청으로 가는 전투경찰 인력을 줄이겠다"는 입장. 그러나 경찰청은 "시위진압 등 최소한의 치안유지를 위해서는 연간 8500명 수준에서 한명도 줄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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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다. 국방부는 병역자원이 부족하자 입소자 중 매년 4500명을 중소기업 등에 배치해 오던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올해 폐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이유로 들고 일어나 결국 이마저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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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지만 내년에는 징집 가능인원이 28만7000명(20세 이상 남자는 총 34만5000명)으로 약 7만명이 부족하다는 게 병무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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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관계자는 "공익근무요원 등 대체복무 인원을 줄인다 해도 2007년부터는 절대 인원이 부족할 전망"이라며 "군대 편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안보상황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부족해 군병력을 2007년까지 현 69만5000명에서 65만명선으로 줄여야 한다고 병무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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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교육부. 초등학교 입학생은 1999년을 전후해 감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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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박사는 "초등학생 수는 현재 417만여명이지만 2010년에는 올해의 76% 수준, 2040년에는 50%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라며 "반대로 교사수는 늘어 이대로라면 내년 이후에는 학생 수(35명 기준)에 비해 교사가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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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일까. 산업현장엔 일손이 부족하고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들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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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4대 의무라는 국방.교육.근로.납세. 어느 쪽도 그 의무를 짊어질 사람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성장동력이 떨어져 국가 경쟁력 하락도 불가피하다. 저출산 등으로 향후 50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2.9%로 현재(5% 수준)보다 절반가량 떨어질 것으로 정부가 전망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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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급격한 인구 감소는 벌써 우리 사회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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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생활 구조 바뀌어=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는 유아용품 코너가 최근 슬그머니 사라졌다. 유아용품이 더 이상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장을 철수시킨 것. 현대백화점은 매년 전국 13개점에서 10%씩 유아용품 코너를 줄이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서울 소공동 본점은 어린이용 완구 코너를 절반으로 줄였다. 원래 백화점은 매출을 기준으로 입점 업체의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유아용품 업체들은 매출이 줄어 백화점에서 발을 못 붙이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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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감소는 산부인과.소아과 등 관련 의료기관의 부실을 가져왔다. 실제로 산부인과 10곳 중 9곳은 경영난으로 병원 문을 닫고 싶어한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전국 66개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산부인과에서 분만 등으로 진료받은 건수는 2000년 54만7063명에서 2003년 42만6025건으로 3년 새 12만1038건이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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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방식도 바뀌고 있다. 맞벌이 주부인 김경희(33.서울 마포구)씨는 식구라고는 남편과 딸(5)밖에 없어 저녁을 대부분 근처 음식점에서 먹는다. 또 일주일에 한번 할인점으로 장을 보러 간다. 그런데도 채소와 과일은 소포장된 것만 고른다. 할인점인 롯데마트 등은 소비자의 생활방식 변화에 맞춰 양배추.호박을 반으로, 수박은 4분의 1로 잘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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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속한 변화에 대응책 골몰=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의사인 김모(40.서울 구로동)씨는 최근 비만클리닉을 열었다. 산부인과 만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5~6년 전만 해도 하루 고객이 20여명이었지만 최근엔 10여명으로 절반 정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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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방부가 인구 감소에 따라 향후 군병력을 줄이겠다고 한 데 이어 교육부도 이 기회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일 방침이다. 교육부는 2020년까지 현재 학급당 30~40명선인 학생수를 초등학교는 20명, 중.고등학교는 25~30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대학들도 공급과잉 측면이 있지만 현실로 닥친 학생 수 감소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대인 전남 담양대와 장흥 남도대는 올해 3월 통합(남도대)했다. 이 대학은 학과 수를 총 24개에서 15개로 줄여 입학정원을 150명이나 줄였다. 학생이 없어 이런 방식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산업계도 일손 부족분을 점차 외국인으로 채우면서 현재 국내의 외국인은 근로자 등을 포함해 70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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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 최경수 박사는 "유럽이나 미국 등은 출산율 감소가 점진적으로 이뤄져 사회구조와 가치관 변화가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너무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완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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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김시래 팀장, 신창운 여론조사전문위원,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신성식.신예리.박혜민.김영훈.김정하.하현옥<srki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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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5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