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

시설서비스냐, 재가서비스냐

changebuilder 2005. 2. 28. 21:01
박상하

나주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2003년은 나주시가 노인복지에 관한 한 전남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뜻깊은 한해가 될 것 같다.
노인복지회관에 이어
무료전문요양시설과 실비전문요양시설 신축자금으로 약 45억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뻐할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누가, 어떻게, 어디에 시설을 설치할 것인가를 주민들에게 물어야 하고, 운영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숙제로 남아있다.
노인복지법 제34조 1항의 전문요양시설은 치매·중풍등 중증의 질환노인을 입소시켜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 급식·요양 기타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을 말한다. 또한 제36조 1항의 노인복지회관은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 노인에 대하여 각종 상담에 응하고, 건강의 증진·교양·오락 기타 노인의 복지증진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노인복지회관은 여가복지시설이며 전문요양시설은 의료복지시설에 해당된다. 노인복지회관이 이용시설로 재가복지서비스를 담당한다면 전문요양시설은 수용(생활)시설로 시설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겠다. 사회복지를 대상에 따라 혹은 이용장소에 따라 달리 구분할 수 있으나 법 적용이나 시설의 성격에 맞게 운영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다소 논란이 있는 것은 시설서비스와 재가서비스를 한 장소에 집합시켜 복합서비스를 할 것이냐 아니면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각각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어느 것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냐를 놓고 고민중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참고하는 절차중 하나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했느냐를 알아보면 한결 쉬워질 수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시설복지에서 재가복지로 방향이 옮겨져 있고 시설과 재가를 함께 아우르는 모형이 일반화되고 있다. 즉, 시설은 재가처럼 재가도 시설처럼 운영한다는 것이다. 시설에 수용된 노인이 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기 가정에 거주하는 노인이 시설내의 네트웍크에 따라 가정봉사원이나 각종 재가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시설과 재가를 동일한 장소에 설치하여 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운영비용도 절약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각한다면 나주시의 고민은 한층 가벼워 진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거 요양원이나 사회복지 수용시설은 혐오시설 내지는 일반주민의 기피대상이었다. 그것은 운영방식이 전근대적이었고 주민에게 시설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용시설이 시민에게 친숙해질려면 모든 시설과 운영을 공개하고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편의제공이나 휴식, 오락 등의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집단이기주의나 님비(NIMBY)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일은 부지선정과 실무적인 일을 추진하는 방식이 문제다. 나주시와 지역주민 모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무엇보다 객관성과 효율성을 근거로 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관·학·민이 함께 참여하는 설립추진기획단같은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시·도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일을 추진한데서 비롯되었다. 이런 기구안에서 부지선정이나 자격조건, 공모절차 등 자세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주시가 이번을 계기로 노인복지발전의 획기적인 업그레이드는 물론 미래지향적인 큰 그림을 그릴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주신문특별기고(2003.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