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Solidarity Economy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대학생들
changebuilder
2009. 2. 25. 12:40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대학생들
경기침체다 취업난이다 해서 사회 전반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지만 대학 도서관은 방학인데도 후끈 달아 있다. 자리를 차지한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이나 고시 준비생이다. 더 좁아진 취업의 관문을 뚫기 위해 도서관에서 이를 악물고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아예 전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젊은이들이 목격된다.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며 창업했거나 창업을 계획하는 대학생들이다.
나해선씨(24·단국대 언론홍보학과 졸업 예정)는 친구들과 함께 지난해 10월 ‘레인보우 브릿지’(www.rainbow-bridge.tistory.com)라는 유통회사를 열었다. 창업 이념은 ‘맛있는 위캔 쿠키 먹고, 진흙 쿠키 없애요’란 캐치프레이즈에 그대로 담겨 있다.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인 위캔에서 생산한 쿠키의 판로를 확대해 위캔을 지원하면서 그 수익금으로는 지구 반대편에서 진흙 쿠키를 먹고 사는 아이티 극빈층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또 다른 사회적 기업 ‘공신’(www.gongsin.com)은 저소득층 중·고생들의 학업을 돕는 사업 모델을 기획 중이다. TV 출연을 통해 ‘공부의 신’ ‘공부의 제왕’ 등으로 알려져 학부모들에겐 유명인사인 강성태씨(26·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졸업 예정)가 대표를 맡고 있다. 강씨는 고등학생 때 성적을 전교 330등에서 수능 0.01% 이내로 올린 경험을 대중매체에 소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06년 8월 무료 공부법 동영상, 게시판 서비스를 인터넷에서 시작했다가 예전의 자신처럼 공부법을 몰라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대학 동아리 활동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나씨는 12개 대학 연합 동아리인 ‘넥스터스’ 출신으로, 사회적 기업에 관한 공부가 창업으로 연결된 사례. 강씨는 ‘서울대 학생벤처 네트워크’에서 창업 계획을 구체화했다. 16개 대학 4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인 ‘SIFE’ 또한 사회적 기업이 주요 관심사이다. 서울에서만 20여개 대학 학생들이 참여하는 7개의 사회적 기업 동아리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그 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3월에 시작해 연중 여러차례 진행된 ‘소시지팩토리(Soci知Factory)’란 행사를 통해 2000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함께 세미나를 열고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축제를 개최했다.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은 최근의 취업난을 어떻게 볼까. 예상과 달리 별개의 흐름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공신’의 강씨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취업난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은 아니다”라며 “경제위기 때문에 학생들이 창업에 오히려 더 소극적이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씨도 “사회적 기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며 시작한 것이지, 취업 걱정 때문에 참여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청년실업에 관한 1회성 정책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차원에서 꾸준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데는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적 기업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한다.
‘대학생 사장님들’에게 난관은 적지 않다. 경제적인 자립도가 낮아 외부 기금에 의존해야 하는 일반적인 어려움 말고도 학생이기 때문에 영업에서 자주 곤란을 겪는다. 나씨는 “한 번은 거래처 사람이 사업자 등록은 돼 있냐고 물어보더라”며 “학생이라고 만만하게 보거나 대등하게 대우해주지 않아 섭섭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한준 교수(사회학과)는 “사회적 기업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그것도 대학생들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지만, 그들이 가진 사회적 책임의식과 나눔의 경험은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차연 | 서울대 지리학과 3년>
입력 : 2009-02-18 17:52:06ㅣ수정 : 2009-02-18 17:52:07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