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Solidarity Economy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4-2
changebuilder
2008. 8. 25. 13:02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Ⅳ-(2)SK ‘행복도시락’ | |||
입력: 2007년 11월 18일 16:59:19 | |||
“무료 급식을 하면서 유료 도시락 판매를 병행해 자체 수익을 낸다는 게 힘에 부치네요.” ‘SK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서울 관악점을 맡고 있는 최영남 센터장은 “좋은 일을 계속 하려면 자원을 무료 급식에만 집중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행복도시락’ 사업이 시작된 지 약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속가능한 공익 활동을 위해 수익 사업으로 재정을 마련한다는 ‘사회적 기업’의 개념은 이처럼 여전히 낯설었다. ‘행복도시락’은 SK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도시락을 만들어 결식 아동과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게 주된 목표다. 실업 해소를 위해 도시락 조리원과 배달 담당자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중에서 고용한다. 일자리도 창출하고 무료급식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다 보니, 언론과 비정부기구(NGO)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SK와 약정을 맺고 ‘행복도시락’을 해보고 싶다는 자활후견기관의 신청이 줄을 이었다. 2006년 1월 서울 중구에 ‘행복도시락’ 1호점을 개소한 이래 현재까지 28개 지점이 문을 연 상태다. SK는 개점 이후 2년 동안만 지원금(매월 200만~4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엔 각 지점이 스스로 수익을 내 자립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개점 2주년을 앞둔 지점들은 홀로서기를 위해 유료 도시락 판매나 출장 뷔페 등 수익 창출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재정이 풍부한 대기업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사회적 기업을 확산시킨다는 SK의 구상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을까. 일단 실업 해소와 저소득층 지원 측면에선 합격점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0월 개업한 경기 성남점은 여러 지점 중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점을 운영하는 성남 만남자활후견기관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어서다. 학기 중엔 도시락을 1일 350~400개, 방학에는 하루에 1500개도 만든다. 물량이 많다 보니 직원이 20명인데도 늘 바쁘다. 부족한 일손은 지역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채운다. 직원 교육도 비교적 활성화돼 있다. 조리원들은 외부 요리 수업에 참가해 조리법을 배운다. 그러나 앞으로 거쳐야 할 자립 과정을 고려하면 성공이라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현재 성남점은 노동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인건비(1인당 77만원)와 식자재비(전액)에 SK 지원금을 보태 적자를 면하고 있다. 성남점의 남원준 사업총괄팀장은 “가끔 유료 도시락 주문을 받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본격적으로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어떻게 수익을 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 사업을 따로 할 만한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은 다른 지점도 비슷하다. 2007년 상반기 전체 지점의 유료 도시락 매출 비중은 13.1%에 그쳤다. SK는 지역과 지점별 특성에 맞춰 ‘자립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각 지점이 창의적인 자립 계획을 수립하도록 공모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점측에서 신규 사업이나 매출 증대에 관한 방안을 작성해 제출하면, SK가 의견을 첨부해 아이디어를 완성시켜 가는 방식이다. 사회적 기업의 외형을 갖추긴 했지만 이를 성공으로 이끌 사회적 기업가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행복도시락’이 시민·사회단체가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한 풀뿌리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한계다. ‘행복도시락’은 사업을 신청한 단체가 자격을 갖췄는지를 심사하고 있다. 센터장을 맡을 인물의 역량이나 의지를 검증하는 절차는 없다. 사회적 기업가 지원 재단인 미국의 ‘아쇼카’가 신청자의 자질을 확인하기 위해 12시간 이상 면접을 치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SK 사회공헌팀의 서진석 매니저는 “지점을 여는 데 신경을 쏟다보니 운영을 안정화시키는 작업은 부족한 것 같다”며 “센터장들이 공동체 의식, 지역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싼값 즐겁고 최빈국 도와 보람 ‘티모르’ | |||
입력: 2007년 11월 18일 16:59:13 | |||
이곳 카페 티모르에서는 지구촌 신생국이자 최빈국인 동티모르 농민을 돕기 위해 공정무역으로 수입한 커피 원두를 사용·판매하고 있다. 2005년부터 동티모르와 공정무역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YMCA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자 홍보의 최전선 기지라 할 수 있다. 공정무역에 대해 잘 모르던 손님들도 방금 내린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가게 안 브로셔와 홍보 글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카페의 신참 바리스타 조혜민양(19)은 “커피 맛을 잘 몰랐던 나도 강하면서도 향기로운 동티모르의 커피에 금방 중독됐다”며 “내 일을 찾은 것은 물론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3명의 바리스타가 모두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소년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한국YMCA가 여성 가장과 탈학교·위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마치고 카페를 오픈했다. 한국YMCA는 이곳 북아현 1호점을 시작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마친 여성·청소년의 개점을 도울 계획이다. 카페 티모르가 공정무역과 창·취업을 돕기 위한 교육이 결합돼 경제 활동까지 이어지는 사회적 기업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대안학교를 다니며 진로를 고민하다 바리스타를 접하게 된 혜민양은 “지난 3월 7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바로 6월부터 카페에 참여, 아직 모든 게 서투르다”며 “좀더 실력과 경험을 쌓아 훌륭한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사회적 기업 분야가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에서도 티모르 카페처럼 자생적인 사회적 기업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2002년 설립된 ‘안심생활’은 사회적 취약 계층을 고용, 노약자·질환자를 위한 간병·가사지원·차량이동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복지 서비스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는 셈. 서울시 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의 ‘노리단’은 발상도 독특한 사회적 기업이다. 2004년 6월 만들어진 노리단은 생활 주변의 폐자재, 폐기물 등을 이용해 스스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공연단체다. 밝고 활기찬 거리공연과 음악 관련 워크숍 등은 노리단의 수익이 되고 있다. 이외에도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손으로 빚는 과자 공장 ‘위캔’, 중고 컴퓨터를 모아 재조립해 빈곤층에 보급하는 컴퓨터 재활용업체 ‘컴원’, 전문 청소·환경관리 대행으로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함께 일하는 세상’ 등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