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Solidarity Economy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2-4
changebuilder
2008. 8. 25. 12:49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Ⅱ-(4)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진화-키바 | |||||
입력: 2007년 11월 01일 17:49:11 | |||||
-인터넷서 만난 세계시민들 자선 대신 ‘출자’- #1=볼리비아의 라파즈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는 프레디는 요즘 매일매일이 바쁘고 기쁘다. 몇달 전만 해도 기술은 있지만, 재료를 살 돈이 없어 일감을 얻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몰려드는 고객을 상대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고객 한명 한명에게 꼭 맞춘 패턴 디자인에 수작업 공정이 큰 호평을 얻고 있다. 프레디는 “파리만 날리던 양복점을 성공적으로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지난 6월 대출을 받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프레디는 머나먼 미국의 엘리에게서 빌린 150달러로 질 좋은 천과 실, 단추 등을 마련해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최근 올가을 진행되는 거리축제를 위한 의상을 의뢰받아 세 명의 기술자를 고용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신나했다.
#2=미국 뉴저지에 사는 엘리는 프레디의 사업 확장에 그저 뿌듯하기만 하다. 엘리는 지난 6월 프레디의 이야기를 듣고 150달러를 빌려주게 됐다. 딱한 처지에 있는 프레디가 안타까워 기부를 하는 심정이었기에 꼭 돌려받으리라는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엘리는 불과 몇달 지나지 않아 프레디의 사업 확장을 확인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꼬박꼬박 돌아오는 원금은 돈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게 했다. 엘리는 “내가 빌려준 작은돈이 프레디의 생활에 탄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매우 기쁘다”면서 “프레디가 갚는 돈 역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다른 이들을 위해 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과 볼리비아에 떨어져 있는 프레디와 엘리가 금전을 매개로 신뢰를 공유한 것은 온라인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업인 ‘키바(www.kiva.org)’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었다. 키바는 소액신용대출, 즉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온라인으로 확장, 진화시킨 새로운 사회적 기업이다. 2005년 매트·제시카 플래너리 부부에 의해 만들어진 키바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39개국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키바를 통해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가는 1800여명. 이들에게 전달된 금액은 전 세계 13만명이 내놓은 1300만달러이다. 기업가들의 원금상환율은 99.7%에 달한다. 키바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을 다니던 제시카가 수업에 초청된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의 강의를 접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유누스의 수제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씨앗을 뿌리고 싶어하던 제시카의 의지에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매트도 합류하면서 이들은 기존 모델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인터넷으로 옮겨오면서 대출을 원하는 개발도상국의 ‘기업가’와 이를 돕고자 하는 ‘대부자(lender)’를 직접 연결하는 P2P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덕분에 프레디와 엘리처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간단히 대출이 이루어지게 됐다. 키바는 또 대출자의 사업 계획과 사연을 홈페이지에 공개, 대부자의 선택권을 높이고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공통점으로 묶인 사람들은 기업가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진심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매트는 “키바는 미국에 사는 한 아빠가 아프리카의 한 엄마를, 프랑스에서 의류 사업을 하는 사장이 베트남에서 옷 파는 상인을 돕는 것을 자연스레 이뤄낼 수 있다”며 “키바는 돈을 다루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말했다. 스와힐리어로 ‘단합’ ‘동의’를 뜻하는 이름에 충실한 셈이다. 키바는 이런 맥락에서 가난한 이들이 얼마나 굶고,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내보이는 방식으로 모금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의 적극적인 생활과 사업 계획을 보여주며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호소한다. 기부의 행위를 자선 대신 투자로 바꾸는 것 역시 키바의 책임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생선 대신 낚싯대를 쥐어주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본질에 더욱 가까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시카는 “키바가 처음으로 대출했던 7명의 우간다 상인은 양치기와 생선 장사, 식당 영업 등으로 단 6개월 만에 원금 2150달러를 모두 갚았다”면서 “이들 ‘드림팀’이 보여준 가능성은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무담보 소액대출로 ‘자립’ 부축 | |||
입력: 2007년 11월 01일 17:49:01 | |||
유엔이 2005년을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해’로 정하고,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씨앗을 일군 그라민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그라민은행은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효시이자 성공적인 기관이다. 경제학 교수이던 유누스 박사가 1973년 고리대금업의 횡포에 시달리는 빈곤한 농촌의 현실을 느끼고 주머니 속 단돈 27달러를 빌려준 것이 그라민은행의 시작이었다. 무력하다고만 생각했던 농민들이 작은 자본이 생기자 자립은 물론 98%의 상환율을 보이며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라민은행은 현재 누적 대출액 50억달러, 대출자 560만명을 기록하며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그라민은행과 함께 대표적 마이크로 크레디트 활동을 벌이는 사회적 기업이 바로 미국의 ‘액시온(ACCION)’이다. 액시온은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는 사업자의 70%, 비도시 지역의 50%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1인 기업이나 상점인 점에 착안, 이들에게 성장의 기회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출발했다. 73년 브라질에서 시작된 액시온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활동은 79년 남미로 확산되며 성장을 계속, 지난해 246만명에게 37억달러를 지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니카라과, 브라질, 우간다 등 전 세계 24개국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93년 설립된 영국의 ‘글래스고갱생펀드(GRF)’는 낙후된 글래스고 지역의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고 경영과 직원 훈련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며 지역의 성장을 도왔다. 글래스고발전청(GDA), 글래스고 지역 의회, BP 등의 자금 지원을 받아 시작된 GRF는 2004년 ‘DSL 비즈니스 파이낸스’라는 펀드로 통합돼 운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권리를 위한 조합(ADIE)’은 비영리단체의 금융활동을 제한하는 은행법 때문에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94년 은행과 제휴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ADIE가 개인을 검증한 후 신용보증을 하면 은행이 창업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박지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