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Solidarity Economy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2-2
changebuilder
2008. 8. 25. 12:46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Ⅱ-(2) ‘에티카블’ 인간이 중심되는 경제를 위해 | |||||
입력: 2007년 10월 25일 18:12:30 | |||||
희망을 사고 팔고… 빈곤의 눈물 닦아낸 ‘공정무역’
#9년째 활동 중인 에콰도르 침보와조의 ‘잠비 키와’ 협동조합은 원주민 여성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경제가 무너진 마을에 홀로 남은 여성들은 가난과 문맹, 사회적 배제 등 온갖 종류의 절망에 빠져 있었다. 여성들이 새로운 삶을 일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활동가 로사 구아만은 원주민 여성들에게 약초 재배를 장려했다. 여성들이 가진 허브나 민간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생산성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였다. 마침 웰빙 열풍 속에 북반구 선진국 시장에서는 남미의 약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에티카블은 잠비 키와 협동조합이 생산한 약초를 구입, 가공해 공정무역 시장에 출시했다. 이제 잠비 키와는 마을 여성들의 자활과 연대뿐만 아니라 공동체 회복과 자생적인 지역 개발의 소중한 씨앗을 뿌려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경제를 향한 실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인권 존중과 현지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공정한 이익이 고루 돌아가도록 한다는 취지의 공정무역이 대안적인 경제 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게 그 예다. 프랑스 최초의 공정무역 협동조합인 ‘에티카블’은 그 선두에서, 소박하지만 분명하게, 사람이 중심에 선 경제와 사회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전세계 20개국 30개 생산협동조합들과 협력, 100개 이상의 제품을 프랑스 전역에 판매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남반구와 북반구로 쪼개진 두 세계 사이의 다리를 놓는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불법 마약에 찌든 페루의 산간마을을 살린 공정무역 커피. 에티카블을 통해 이 마을 커피 생산자들이 희망을 되찾은 것처럼, 에티카블의 제1과제는 남반구 농부를 지원하는 일이다. 첫 단계는 농부들이 생산과정에서 흘린 땀이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생산 원가 이상을 보장하는 최저가격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국제시장 불안정과 거대 기업 횡포로 농부들이 원가도 챙기지 못하다보니 품질 저하, 농업 기피, 지역 경제 파탄으로 반복되는 악순환을 중단시키자는 취지다. 반인간적 이윤 착취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미에서 이를 ‘마진의 인간화’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에티카블의 커피는 일반 시중 커피보다 2배가량 많은 판매 수익을 생산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에티카블의 또 다른 목표는 소비자들을 통한 북반구 경제의 체질 개선이다. 프랑스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윤리적 소비 바람은 확산 추세다.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공정하게 생산, 유통된 제품을 소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에티카블이 불과 4년 만에 동네 구멍가게부터 대형 유통체인까지 3000여곳으로 판로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소비자들의 힘 덕분이다. 에티카블 제품을 판매하는 프랑스 낭트의 한 슈퍼마켓 매니저 유는 “소비행위를 통해 자기 만족과 사회 연대감을 느끼고 삶을 변화시키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남반구와 북반구,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위하는 ‘이중의 미션’을 통해 에티카블은 궁극적으로 저개발 국가에서 자립적인 지역 경제를 정착시키려 한다. 진정한 공정무역은 단순히 생산량이나 수익 향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에티카블에 초콜릿의 원료 코코아를 파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코나카도’ 협동조합은 공정무역으로 얻은 수익으로 마을의 식수장이나 학교 병원 등을 건설하는 한편, 가난한 농부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까지 해주면서 ‘사회적 미션’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에티카블 공동대표 레미 루(42)는 환경오염과 빈부격차로 인해 인류는 전쟁같은 삶을 살고 있으며, 이대로는 100년도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큰 혁명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전쟁을 끊으려면 경제 내부에서부터 바꾸어내야 합니다.” ▲ 공정무역 (fair trade) 불공정 무역의 관행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1950~60년대 유럽에서 사회운동의 하나로 시작됐다. 가급적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에게 정당한 수익을 돌려줌으로써 자립을 돕고, 소비자는 윤리적 소비행위로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것을 표방한다. 친환경과 노동권 등 기본권 존중, 지속가능한 개발 등을 핵심 가치로 한다. 〈파리|김유진기자 actvoice@kyunghyang.com〉 |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에티카블…남반구 농민 도우려 설립 | |||
입력: 2007년 10월 25일 18:12:18 | |||
그러나 에티카블의 ‘특별함’은 시장에서의 성공 자체보다 밑바탕에 깔린 경영철학에 있다. 레미 루 공동대표(사진 가운데)는 “프랑스에서 공정무역 시장이 커지면서 앞다퉈 뛰어든 회사들이 이윤만을 추구하지만, 우리는 수익을 회사 임직원 모두가 나누고 사회를 위해 환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의 공정무역 협동조합으로서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에티카블은 회사 운영과 소유·분배 구조 전반에서 ‘사람 우선 정신’을 실현하고 있다. 에티카블에서는 직원 모두가 동등한 한 표씩을 갖고 회사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수익의 33%는 직원에게, 나머지 33%는 재투자 및 사회환원 자금으로 돌아간다. 협동조합법상 규정인 25%, 1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루는 “모두의 회사이기 때문에 코카콜라가 온다 해도 회사를 팔 수 없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사심’이 생길 것을 막기 위해 주식 가격은 1주당 20유로로 묶어 뒀다. 창업 5년 남짓 됐지만, 에티카블은 60년의 경험에 기대어 서 있다고 말한다. 창업자 3명(사진)이 마케팅과 재무, 시민운동 분야에서 각자 20년 가까이 쌓은 노하우를 합쳐서 에티카블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국적 식품회사 마케팅 담당이던 레미 루는 재무 전문가 스테판 코메르(왼쪽), 남미에서 시민운동을 한 크리스토프 에베라트와 함께 “이미 풍족한 프랑스 농부들 대신 남반구 농부들을 도와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창업 자금 대출을 위해 은행에 찾아갔다 번번이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적인 기업, 그리고 협동조합의 혁신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루는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이렇게 매김했다. “큰 회사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사회적 기업은 해낼 수 있습니다. 10~20년 뒤에 공정무역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에티카블 같은 회사들이 많아진다면 세계 경제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파리|김유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