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Solidarity Economy

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1-4

changebuilder 2008. 8. 25. 12:43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Ⅰ-(4) 정신질환자에게도 일자리를
입력: 2007년 10월 18일 17:46:23
 
포스섹터
가족도 등돌리는 ‘그 들’에 새 삶 찾아주는 일터

리사(가명·34)는 3년 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회사를 그만둘 땐 증세가 호전되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직기간이 길어지자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포스섹터(Forth Sector)’를 만난 게 기회가 됐다. 일자리를 얻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놓을 명함이 생기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포스섹터는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실직자를 자체 사업장에 고용, 일자리를 제공하는 스코틀랜드의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포스섹터는 해마다 찾아오는 150여명의 지원자 중 절반 이상을 새로운 일터로 돌려보내면서, 스코틀랜드 사회적 기업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이 성공의 중심에 포스섹터 대표 케빈 로비(43)가 있다.

로비는 사회운동가였지만 포스섹터를 만난 이후 최고경영자(CEO)로 기꺼이 변신했다. 적자로 흔들리던 이곳은 로비의 손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조직이 안정돼 사회운동이 지속 가능해지고, 사회운동이 성과를 내면서 조직이 명성을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 9월3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포스섹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로비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그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대신 사회운동에 시간을 쏟았다. 약물중독자와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도왔다.

그러나 이 같은 활동엔 한계가 있었다. 상태가 호전됐다고 판단해 돌려보낸 약물중독자들이 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잦았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한 탓이었다. 고민하던 로비는 포스섹터를 알게 됐다.

“자원봉사는 정신질환자들이 당장의 어려움을 면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끊긴 뒤엔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요. 포스섹터는 ‘그 이후’를 준비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포스섹터는 때마침 리더를 구하고 있었다. 1998년 로비는 포스섹터에 대표 자격으로 합류했다.

초기 포스섹터는 기부금으로 자본을 마련했다. 사업은 순항하는 듯했으나, 95년부터 일부 산하 사업체에서 적자가 났다. 로비가 포스섹터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장래성 없는 업체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떤 것을 접고, 어떤 것을 계속 끌고 갈 것인지를 일찍 결정하는 게 CEO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리할 업체를 골라낸 그는 미련없이 폐업 절차를 밟았다. 문닫은 업체에 투입하던 자원은 잘 되는 업체로 몰아줬다. 이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포스섹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대표 3년차이던 2001년, 창립 후원자들에게 투자금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의 성공 모델로 포스섹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2년 포스섹터에 사회적 기업 자문 프로젝트를 맡겼다. 창업 단계에 있거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무료 자문을 해주라는 주문이었다. 정부는 그 대가로 포스섹터에 50만파운드(약 9억5000만원)를 지급했다.

하지만 포스섹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 됐다. ‘정부 지원금 덕분에 컸다’는 주변의 시선도 불편했다. 로비는 정부 지원금을 떳떳하게 받기 위해 지난 6월 ‘비용편익분석’이라는 회계 기법을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널리 쓰고 있었으나, 스코틀랜드 사회적 기업 중 이 방법을 사용한 것은 포스섹터가 최초였다.

로비는 이 분석을 거쳐 정부 지원금 1파운드당 6파운드의 사회공헌기금을 내기로 결정했다. 6파운드를 내더라도 정부 지원금을 계속 받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기금은 공립병원 시설 개선 등 지역 사회를 위해 쓰인다.

현재 포스섹터 수입 중 사업 부문의 비중은 60%다. 로비는 2008년 상반기까지 사업 수익을 전체의 85%로 늘리는 게 단기 목표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사업장을 100여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로비는 수익을 추구하는 CEO 역할을 하면서도 사회운동가의 초심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운영하는 세탁소의 경우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정신질환자들의 적응·치료 속도는 어느 업체보다 빠르다. 만약 세탁소가 적자로 돌아선다면 폐업과 유지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올바른 일일까. 사회적 기업이라는 특성상 수익 창출과 공익 실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건 그의 영원한 고민 거리다.

▲ 포스섹터

포스섹터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자는 목적에서 1990년 설립됐다. 현재 한 해 포스섹터를 찾는 정신질환자는 130~150명 정도다. 이 중 50~60명이 사회에 나가 재취직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포스섹터 상근직원으로 ‘승진’하는 사람도 매년 20~22명에 이른다. 반면 매년 80여명 정도는 질환이 심각해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 이들은 3개월 정도 일하다 다시 병원에 입원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5.3파운드(약 1만70원)지만 포스섹터의 최저임금은 5.4파운드(약 1만260원)다. 포스섹터 상근직원이 되면 연봉을 1만500파운드(약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에든버러|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사회적 기업’이 희망이다]스코틀랜드의 사회적 기업
입력: 2007년 10월 18일 17:46:15
 
1050곳 2만여명 고용 한해 매출 2조원 육박

스코틀랜드 시민사회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 수준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도 탄탄하다. 사회적 기업이 지역 사회에 복지 혜택뿐만 아니라 경제적 실익까지 안겨준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 통상산업부(DTI)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사회적 기업은 3000여개에 달한다. 인구가 약 500만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회적 기업이 1600여명당 1개꼴로 존재하는 셈이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특별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더 나은 기업(Better Business)’이라는 이름의 사업 계획이 좋은 본보기다. 사회적 기업가들이 경영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재정 상태가 어려운 곳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정책에 할당된 예산은 향후 2년 동안 150만파운드(약 28억5000만원)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들의 ‘대의명분’만 보고 예산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기업의 공익적 성격과 함께 경제적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사회적 기업은 경제 주체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DTI가 2005년 발표한 통계를 보면, 스코틀랜드의 사회적 기업 1050개의 한 해 총 매출액은 10억파운드(약 1조9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기업들에 고용된 인구는 약 2만1000명이다.

2003년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사회적 기업의 고용 규모가 1997년보다 45%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97년보다 수익이 증가했다고 보고한 기업은 전체의 58%였다. 이들 중 77%가 3년 후 더 성장할 것 같다고 답했다.

불우 청소년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블(Kibble)’은 재정 자립도 측면에서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1000만파운드(약 190억원)가 넘는 매출액 중 93%가 사업에서 나온다.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교육운동을 계속할 수 있으니, 주민 복지와 지역 경제에 두루 이득이 되는 셈이다.

스코틀랜드 사회적 기업의 대다수는 자선단체 등 시민사회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부와 사회적 기업가들은 일반 사기업에서도 사회적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많은 사기업이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공헌 활동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최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