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여권 소동(20080628)

changebuilder 2008. 7. 9. 17:50

일산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새벽공기는 맑고 시원한 느낌이었지만 잠시 뒤에 닥처올 망각의 늪을 까마득히 잊은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공항근처에 도착할 무렵 과대표가 늦게 출발한 학생들에게 전화하면서 여권을 잊지말라는 소리에 나도 동시에 앗차 ! 소리쳤다. 여권을 진즉부터 연구실 책상위에 놔두고 온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할 말이 없었다. 한바탕 소동이 있고난 후 결론은 예정대로 학생 34명은 6시15분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난 나중에 홍콩에서 만나기로하고 공항에 남겨졌다. 여권때문에 이런 실수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외교통상부 영사국에서 여권을 재발급하는 것과 나주에서 공수해오는 방법중에서 어느것이 빠른지 또한 홍콩행 비행기 시간이 언제인지 그야말로 공항의 아침을 분주하게 보내야 했다. 결국 오후 3시15분 홍콩발 Cathay Pacific비행기를 가이드 덕분에 예약할 수 있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여권 재발급보다는 나주에서 공수해오는 방법을 결정하고 집에 전화하여 식구들 아침잠을 설치게 해야 했다.  장대비속을 헤치고  집사람은 광주에서 나주 연구실로 가서 여권을 들고 다시 광주 고속버스터미널의 인천공항행 기사에게 부탁하는 수고를 끼쳐야 했다. 이렇게 해서 그 대단한 여권은 오후 1시경에 내손에 들어올 수 있었다.

아뭏든 홍콩행 비행기는 무사히 탑승하여 이륙했다. 기내 식사때 Rice or Beef로 물어보길래 난 분명히 Rice로 답했는데 Beef가 나온걸 보고 항변하기보다 오늘 일진이 그런 날인가보다 하면서 하늘을 위안 삼아 홍콩공항에 도착했다. 출구 로비로 나오자마자 휴대폰을 켜고 직원이 가르쳐 준 순서대로 로밍을 시도했으나 통화는 안되고 중국어로 안내메시지만 반복되었다. 한참 헤매다가 휴대폰 메뉴를 여기저기 눌러서 겨우 가이드와 통화되었다. 원래 기계에 둔감한 것도 있지만 최신 휴대폰이 아니라 로밍을 수동으로 했어야 했기때문에 헤매는 수고를 겪어야 했다. 과거 해외에 나올때 아예 로밍을 안한 것도 그렇고 최신 휴대폰의 위력을 무시한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오늘 하루는 여권때문에 대단한 경험을 하는구나 생각하면서 공항택시(的士TAXI)에 도착했다. 공항안내원의 안내로 택시 차량번호가 적힌 티켓을 받아 들고 가이드가 말해준대로 택시는 학생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달리기 시작했다.

기본요금 HS 15$부터 시작해서 홍콩시내를 한참 달려 도착지에서 계산할때는 HS 294$이었다.  택시안에서 바라본 홍콩시내와 빌딩숲 그리고 멀리 보이는 바다배경은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환상은 하루만에 뒤바뀌게 되었다.

약속장소인 사천성레스토랑에 도착해보니 아직도 1시간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잘 알지도 못하는 홍콩신문을 뒤적거리면서 시간을 떼울수 밖에 없었다. 홍콩의 유명신문인 明報, 城報, 太陽報 등이 있었는데 마침 城報에서는 북한의 영변 핵연료 냉각탑 폭파소식을 크게 보도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학생 한두명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국제미아가 될뻔한 하루를 되새기며 이국에서 만나는 재미도 굉장한 느낌을 배가했다. 이때가 밤 9시,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고 그래도 힘찬 건배로 2층버스에 올라 홍콩야시장을 관광하기로 하였다. 그야말로 남대문시장을 갖다놓은 것같은 느낌이며 물건값을 깍아야 한다는 말에 모두들 흥정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아주머니 학생들이라 깍는데는 일가견이 있어선지 50~60%를 손가락과 계산기로 펼쳐보이는 모양이 우습기도 하였다.

우리 일행이 REGAL RIVERSIDE HOTEL(1149호)에 도착했을때는 밤 12시가 훨씬 넘었다. 너무 피곤해서 방에 들어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꼼짝하지 않았다. 누워 있는데 전화 벨소리와 문을 여러번 두드리면서 한잔 하자는 신호를 보내오는데도 모두 무시하고 오늘밤은 그냥 잠을 자기로 작정하고 야속한 홍콩의 밤을 보냈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