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Policy

시대정신 여론조사

changebuilder 2007. 12. 22. 15:03
"우리사회 시대정신은 경제성장" 54%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공동 여론조사
사회적 평등 11.8%·한반도 평화 11.4% 順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엔 양론 팽팽


17대 대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수 국민은 경제성장을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정책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돼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에 대해선 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한국일보가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 경제성장을 시대정신으로 꼽은 응답이 53.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사회적 평등(11.8%), 한반도 평화(11.4%), 세계화(8.1%), 선진화(5.4%), 민주화(4.6%) 순이었다. 차기 대통령이 우선해야 할 정책도 경제성장(37.2%), 일자리 창출(21.2%)이 1, 2위를 차지해 경제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교육개혁(8.2%), 복지정책 강화(7.0%), 부패척결(6.3%), 정치개혁(6.0%)은 비교적 큰 차이로 3위 이하로 밀렸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복지정책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는 질문엔 성장 우선론과 분배 우선론이 각각 48.8%, 47.0%로 팽팽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성장이지만,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편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52.8%가 97년 IMF 외환위기를 꼽았고 87년 6ㆍ10 항쟁(10.9%), 92년 문민정부 출범(7.0%), 2000년 남북정상회담(6.9%)이 뒤를 이었다. 20년간 사회발전에 가장 기여한 정권은 김대중 정권(40.7%)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87년 이후 삶의 질과 관련, ‘향상됐다’(57.5%)는 견해가 ‘나빠졌다’(20.8%)는 반응을 압도했다. 이에 반해 97년 외환위기 이후 삶의 질은 ‘향상됐다’(35.0%)와 ‘나빠졌다’(32.1%)는 의견이 비슷한 것으로 조사돼 외환위기 사태가 국민경제에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고 큰지를 실감케 했다.

민주화 세력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67.3%)가 부정적 평가(27.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 시기 가장 큰 성과로는 남북 화해와 협력(23.4%)과 경제성장(13.5%) 등이 꼽혔다. 응답자의 이념성향은 진보(34.5%) 중도(33.7%) 보수(27.9%) 순으로 나왔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8.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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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대기획] 시대정신 여론조사를 보고…
'어떤 성장을 할까' 제시해야


• 보수·진보논객 10대 핵심주제 '맞장토론'
• 시대정신 여론조사 관전평 들어보니…

• "우리사회 시대정신은 경제성장" 54%
• 미래 가로막는 장애요인은?
• 20·30대 '복지 우선' 40대 이상은…
• 87년 이후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한 정권은?

•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 20년간 가장 큰 성과는…
• 민주화세력은 위기다? 아니다?
• IMF이후 삶의 질 향상됐다는가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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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된 인간의 정신적 태도, 양식 또는 이념을 말한다. 과거를 성찰하며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가치의 집약, 그것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해방 이후 60여년동안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건국(1945~60년) 산업화(60~87년) 민주화(87~2007년)로 이어져 왔다. 나라를 새롭게 세우고(건국), 먹고 살기 위한 경제발전을 추진하며(산업화), 인권과 민주주의를 모색해 온 것(민주화)은 이 땅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지상 과제였다.

시대정신이라고 해서 물론 모두 온전히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현대사를 돌아봐도 그것은 대부분 불완전하게 달성된 것으로 나타나 왔다.

건국은 분단국가의 형성으로, 산업화는 정치적 억압 및 사회적 배제를 수반한 공업화로, 민주화는 경제ㆍ사회적 개혁을 제대로 성취하지 못한 민주주의로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은 한 사회가 나가야 할 사상적 지표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화 20년을 맞이한 현재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이번 조사 결과는 민주화 시대가 마감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 20년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민주화가 여전히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4.6%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53.8%는 경제성장을 시대정신으로 선택했으며 사회적 평등, 한번도 평화, 세계화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런 경향은 차기 대통령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정책을 묻는 항목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경제성장(37.2%)과 일자리 창출(21.2%)이 압도적인 선택을 받은 반면, 복지정책 강화(7%)와 한반도 평화 구축(5.4%)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의 관심이 민주화에서 성장과 부국(富國)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다수가 이렇게 성장과 일자리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원인은 아무래도 97년 외환 위기 이후 경제적 삶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다고는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구체적인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팍팍해 지고 있다. 청년실업의 증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대, 기업의 일상화된 구조조정,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재취업 문제 등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절대적인 열망과 믿음을 강화해 왔다.

시대정신을 이끌 주체는 다름 아닌 정치적 리더십이다. 국민 다수가 성장을 원한다면 리더십은 어떤 성장을 할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최근 흐름을 보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차별 없는 성장'을 강조하며,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사람 중심 진짜 경제'를 주장한다. 남은 대선 기간에 시대정신과 미래 가치에 대한 더욱 활기차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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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서 시대정신 대기획 시리즈를 가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