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Policy
환란 10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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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4. 13:39
<換亂 10년> ⑥갈등 못벗어난 노사관계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외환위기 이후 사회 전반에 구조조정이 몰아치고 신자유주의로 인한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국내 노사관계는 여전히 갈등과 반목의 과거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 경제대국이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사관계 부문은 60위권대 전후의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 해외자본 유치와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노사가 상생의 길을 선택하는 사례들이 일부 나오고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 작업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징후도 나타나고 있지만 비정규직 차별해소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간 입장차가 워낙 커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은 갈길이 멀다는게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 조합원.대중과의 괴리로 노동계 위상 추락
노동계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등의 과정을 통해 경제성장과 개발 일변도의 경제패러다임에서 분배와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을 일반 대중에 각인시키며 사실상 사측만 있던 노동시장에 실질적인 노사관계를 형성,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외환위기 이전이나 환란 직후만 해도 노동계의 총파업은 조합원이나 국민에게 생존권이나 노동권 확보, 노동자 지위 향상을 위한 투쟁으로 비쳐져 속된 말로 `먹히는' 노동운동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가 저렴한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대내외적인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는 가운데 국내 노동계가 과거의 `전투적 조합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대기업노조와 정규직 위주로 노동운동을 펼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특히 노조간부들이 채용 비리 등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노동운동의 근간 중 하나인 도덕성마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민주노총의 경우 정파간 갈등으로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사태까지 연출하면서 일반 조합원.국민의 정서와 괴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노동계의 이런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제조업종의 조합원 수 감소 등 산업구조조정과 맞물려 노조조직률도 하락,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만 해도 20%를 웃돌던 조직률이 2005년에는 10.3%까지 떨어졌다.
국내 노동계를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노조가 사회통합과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실리를 추구하면서 `대기업노조 이기주의', `귀족노조' 등의 비판적인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989년과 2007년 각각 실시한 `노사관계 국민의식조사'에서 노조의 활동이 강화됐을때 경제성장에 대한 효과를 묻는 질문에 `좋다'는 긍정적 의견이 1989년에는 53.3%에 달했으나 올해는 16%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 노사 상생 분위기 확산 조짐
노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해지고 합리적 노사관계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노사 상생을 선언하는 사업장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와 함께 양대 축으로 활약했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3월 사측과 `경영철학 및 노사공동선언 선포식'을 통해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골리앗 강경투쟁'으로 상징되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상생의 노사관계 모드로 완전하게 전환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분위기속에 13년 연속 임단협을 무분규 타결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건설노조의 장기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포스코도 올해초 관련업체 노사대표와 임직원들이 대거 참가한 가데 '포항제철소 한가족 노사화합 선포식'을 갖고 영구 노사평화를 선언했다.
노사 상생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올해들어 9월말까지 노사화합을 선언한 사업장만 513개(노동부 집계)에 달하고 있다.
노동계 내부에서는 한국노총이 지난해 강성 노조에 대한 외국인 투자기업의 우려를 불식한다는 취지 아래 코트라(KOTRA)와 외국자본 유치 공동협력 약정서를 체결하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해외에서 열린 국가설명회(IR)에 노동계 수장으로 동참하는 등 합리적 노동운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 비정규직.산별노조.전임자 임금 등 걸림돌 많아
선진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활동들이 조금씩 펼쳐지고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 등 난제들이 많아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에 노사정이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노동계의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는 300인 이상 사업장 등에서만 적용되지만 내년 7월부터는 100∼299인 기업으로, 2009년에는 100인 미만 기업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또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내년에는 자동차 4사 등과 산별교섭(공동교섭)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중교섭과 이중파업' 등을 이유로 산별교섭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경영계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동계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도 노사간 갈등을 증폭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정은 지난해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을 법제화하면서 최대 쟁점이었던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2009년말까지 유예하는 방법으로 급한 불을 껐다.
노동 전문가들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노조는 과거의 전투적 노동운동 관행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노동운동에 나서고 경영계도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무노조 정책 등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노사는 지금까지 해고 등 노동유연성과 같은 기업외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썼다"며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극 대처하고 탄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임금이나 작업시간 조정 등 기업내부의 요소들에 대한 유연성 확대에도 노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youngbok@yna.co.kr
우리나라는 세계 13위 경제대국이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사관계 부문은 60위권대 전후의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 해외자본 유치와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노사가 상생의 길을 선택하는 사례들이 일부 나오고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 작업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징후도 나타나고 있지만 비정규직 차별해소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간 입장차가 워낙 커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은 갈길이 멀다는게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 조합원.대중과의 괴리로 노동계 위상 추락
노동계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등의 과정을 통해 경제성장과 개발 일변도의 경제패러다임에서 분배와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을 일반 대중에 각인시키며 사실상 사측만 있던 노동시장에 실질적인 노사관계를 형성,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외환위기 이전이나 환란 직후만 해도 노동계의 총파업은 조합원이나 국민에게 생존권이나 노동권 확보, 노동자 지위 향상을 위한 투쟁으로 비쳐져 속된 말로 `먹히는' 노동운동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가 저렴한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대내외적인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는 가운데 국내 노동계가 과거의 `전투적 조합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대기업노조와 정규직 위주로 노동운동을 펼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특히 노조간부들이 채용 비리 등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노동운동의 근간 중 하나인 도덕성마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민주노총의 경우 정파간 갈등으로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사태까지 연출하면서 일반 조합원.국민의 정서와 괴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노동계의 이런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제조업종의 조합원 수 감소 등 산업구조조정과 맞물려 노조조직률도 하락,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만 해도 20%를 웃돌던 조직률이 2005년에는 10.3%까지 떨어졌다.
국내 노동계를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노조가 사회통합과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실리를 추구하면서 `대기업노조 이기주의', `귀족노조' 등의 비판적인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989년과 2007년 각각 실시한 `노사관계 국민의식조사'에서 노조의 활동이 강화됐을때 경제성장에 대한 효과를 묻는 질문에 `좋다'는 긍정적 의견이 1989년에는 53.3%에 달했으나 올해는 16%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 노사 상생 분위기 확산 조짐
노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해지고 합리적 노사관계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노사 상생을 선언하는 사업장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와 함께 양대 축으로 활약했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3월 사측과 `경영철학 및 노사공동선언 선포식'을 통해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골리앗 강경투쟁'으로 상징되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상생의 노사관계 모드로 완전하게 전환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분위기속에 13년 연속 임단협을 무분규 타결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건설노조의 장기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포스코도 올해초 관련업체 노사대표와 임직원들이 대거 참가한 가데 '포항제철소 한가족 노사화합 선포식'을 갖고 영구 노사평화를 선언했다.
노사 상생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올해들어 9월말까지 노사화합을 선언한 사업장만 513개(노동부 집계)에 달하고 있다.
노동계 내부에서는 한국노총이 지난해 강성 노조에 대한 외국인 투자기업의 우려를 불식한다는 취지 아래 코트라(KOTRA)와 외국자본 유치 공동협력 약정서를 체결하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해외에서 열린 국가설명회(IR)에 노동계 수장으로 동참하는 등 합리적 노동운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 비정규직.산별노조.전임자 임금 등 걸림돌 많아
선진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활동들이 조금씩 펼쳐지고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 등 난제들이 많아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에 노사정이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노동계의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는 300인 이상 사업장 등에서만 적용되지만 내년 7월부터는 100∼299인 기업으로, 2009년에는 100인 미만 기업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또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내년에는 자동차 4사 등과 산별교섭(공동교섭)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중교섭과 이중파업' 등을 이유로 산별교섭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경영계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동계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도 노사간 갈등을 증폭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정은 지난해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을 법제화하면서 최대 쟁점이었던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2009년말까지 유예하는 방법으로 급한 불을 껐다.
노동 전문가들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노조는 과거의 전투적 노동운동 관행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노동운동에 나서고 경영계도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무노조 정책 등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노사는 지금까지 해고 등 노동유연성과 같은 기업외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썼다"며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극 대처하고 탄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임금이나 작업시간 조정 등 기업내부의 요소들에 대한 유연성 확대에도 노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youngbok@yna.co.kr